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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그러니까, 임자 있는 몸이라 안 된다? 그런 이유라면 오히려 더 잘된 것 아닙니까?”
“네?”
“이번 작전상 부담스런 총각보다는 부담 없는 유부남이 훨씬 낫지 않느냐는 소립니다. 엮일 염려도 없고 뒤끝도 없고 말입니다. 물론 작전상 일어나는 돌발사항이 따르긴 하겠지만 그 대처 능력 또한 유부남 쪽이 훨씬 편하지 않겠습니까?”

꼬여도, 꼬여도 어떻게 이렇게 꼬이는 걸까!
첫 만남부터 영 불편하기만 했던 남자인데,
게다가 총각도 아니고 유부남인데,
그런 남자와 신혼여행이라니!
아무리 작전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지만,
결혼도 안 한 처녀한테 가짜 허니문이 가당키나 하냐고요!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열혈 행동파 경찰 송어진과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만큼 매사에 이성적이고 냉철한 검사 한태민의
수상한 허니문이 시작된다!

[본문 내용 중에서]

“데워 마셔야 제 맛이라고 했나?”
태민이 그녀 곁으로 성큼 다가와 그녀의 손에 들린 와인 잔을 자신의 손으로 가져가며 물었다. 깊은 울림을 전하는 목소리였다. 그녀는 자신의 손끝에 닿다 떨어진 태민의 뜨거운 체온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긴장했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차게 마시면…….”
어진은 하고자 하는 말을 모두 끝마치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그녀는 순간 흠칫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번쩍이는 번개의 강렬한 빛이 그의 얼굴을 환하게 비췄다 이내 시커먼 그림자를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묘한 감정을 실은 그 얼굴을, 미세하게 흔들리는 그 눈빛을.
“취하신 겁니까?”
태민이 커다란 천둥소리를 등에 업고 한 발짝 다가서자 어진이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며 물었다. 제법 큰 와인 병이 반이나 줄었다면 그는 이미 그녀가 나오기 전에 그만큼 많이 마셨다는 소리였다.
“취하고 싶어 마신 술인데, 취하지 않는군.”
태민이 손을 뻗어 와인 병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병을 기울여 잔에 가득 따랐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어내지 않았다. 무방비 상태로 흘러들어간 와인이 투명한 잔 안에서 위태롭게 출렁였다.
“차게 마시면 그 맛을 음미할 수 없다라…….”
“뭐, 말하자면 그렇죠.”
태민이 자신의 손에 들린 와인 잔을 들어 보이며 말하자 어진이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답했다.
“그럼, 간단한 방법이 있지.”
“방법이요? 그게 무슨…….”
어진은 말하면서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빼려 했다. 바로 코앞까지 바짝 다가선 태민의 시선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몸이 그 자리에 얼어 버린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그렇게 머뭇거리는 사이 태민이 와인 잔을 기울여 단번에 잔을 비웠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어진이 무의식중에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렇게 천천히 뒷걸음질 치던 그녀의 몸이 어느 순간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앞으로 당겨졌다.
“헉!”
그녀의 입에서 다급한 비명이 새어 나왔다. 태민이 그녀의 허리를 잡아 자신 쪽으로 바짝 당겨 안았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그의 더운 숨결이 그녀의 얼굴을 스쳤다.
“왜 이러십니까…… 웁!”
어진의 눈동자가 놀라움에 커다랗게 경직되었다. 뭐라고 말할 사이도 없이 태민의 입술이 그녀의 말문을 막았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들인 그녀의 입술을 허락도 없이 침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