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아실라 아제나스. 넌 내 것이다.”

이혼한 부모에게 버림받고 살아온 고3 소녀 김혜이. 아제나스의 수호룡 레드 드래곤 아실라로 환생한다. 그런데 깨어나자마자 은발의 미남자가 내 것이 되란다. 이건 설마 프러포즈?

그것이 황제 유그레스가 수호룡인 자신의 힘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고 분노하지만, 정중하게 사과하는 유그에게 자꾸만 마음이 끌린다. 유그를 열심히 쫓아다녀보지만 종족이 달라서 그런가? 어쩐지 영 유그는 애완동물 대하듯이 하는 것 같은데?

“나 인간이 될 거야.”

“하?”

“내 말은 용도 사람이란 뜻이라고.”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군.”

“됐어. 지금부터 가르쳐줄게.”

2. 작가 소개

정하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이 행복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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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차례

#프롤로그

#1. 몇억 골드는 가볍게 해 처드신다

4. 미리 보기

“대체 왜죠? 우아아앙!”

실컷 소리지르면서 울고 나니까 좀 진정이 되는 것 같다. 이렇게 어이없게 죽은 것이 억울하긴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인걸.

“기왕 죽었으니까 천국에 가는 걸 목표로 해볼까? 천국 주민이라…… 이건 좀 쉬우려나? 나 정도면 천사지. 얼굴 착해, 몸매 착해, 머리도 착해, 성격도 차……악해.”

어라?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귀에 내 목소리가 잘 들린다.

“나 계속 소리 내서 말하던 거였어?”

소리가 공기를 울리고 고막을 아주 잘 흔드신다. 그렇다는 건 나 아직 살아 있는 거? 혼란스러워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가 들렸다.

“알에서 시끄러운 울음소리가 난다고 해서 왔더니…… 어이가 없군.”

“혹시 안에서 잘못된 게 아닐까요? 너무 오래돼서 상했다든지…….”

“과연 일리가 있어. 본인이 천사라고 착각하다니. 상해서 뇌가 과하게 오염됐나 보군.”

뭐야? 지금 내 앞에서 내 뒷담화 하는 거?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발을 쾅 굴렀다.

쩌적.

“우오오옷! 나오신다! 드디어!”

무언가가 깨지는 느낌과 함께 발바닥으로 시원한 공기가 느껴진다. 지금 뭔가가 갇혀 있는 것이 틀림없다. 나는 열심히 나를 감싸고 있는 검은 막을 걷으려 양팔을 마구 휘둘렀다.

쩌억!

“아제나스의 수호룡이 깨어났다!”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황제 폐하께 영광을!”

“수호룡이시여! 만세!”

사람들의 함성과 함께 차가운 공기가 얼굴에 쏟아진다. 아무래도 내 몸에 물기가 묻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물기 묻은 눈을 손등으로 비비고 눈을 뜨니 새하얀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빛에 눈이 익자, 어림잡아 수백은 넘어 보이는 군중의 무리가 내 발밑에 모여 있는 것이 보인다. 어리둥절해하며 눈을 깜빡이자, 무리가 납작 엎드린다.

이 사람들 지금 뭘 하는 거지?

“아실라.”

어떤 남자가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나는 내가 들은 단어를 그대로 따라 했다.

“아실라?”

“아실라 아제나스. 지금부터 네 이름을 아실라라고 하겠다.”

‘아실라’라는 단어는 아무래도 이름인 것 같다.

내게 아실라라는 이름을 붙여준 남자는 하얗게 반짝이는 단정하고 짧은 은발에 가을 하늘처럼 청량하고 푸른 눈을 가지고 있다.

깨끗하고 차갑다.

남자의 첫인상은 그랬다.

가지런히 내려온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번듯한 흰 이마와 콧날이 인상적이다. 얼굴뿐만 아니다. 그가 입고 있는 단정한 디자인의 새하얀 면 셔츠는 조금의 구김도 없다.

유리구슬을 박은 것 같은 파란 눈은 고요한 느낌이 커다란 호수 같다. 작은 미소조차 띠지 않은 무표정 때문일까? 깊고 그윽한 느낌의 눈매에 매우 잘생긴 얼굴임에도 차가워 보이기만 한다. 마치 물고기가 한 마리도 살 것 같지 않은 그런 느낌의 깨끗함이다.

그리고 매우 내 취향이다.

잘생겼어! 누가 어떻게 잘생겼냐고 물으면 절대 표현할 방법 따윈 모른다. 잘생긴 건 잘생긴 거다.

굳이 표현하자면 사람 여럿 모여 있는 곳에서 제멋대로 지 꼴리는 대로 생기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건 잘생긴 거다.

광장 한가운데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데, 미친 존재감을 뿜어내면서 ‘이것이 바로 잘생김이다!’ 하고 주장하고 있는 얼굴이 있다면 그것 또한 잘생긴 거다.

눈앞의 남자는 후자에 해당되는 잘생김을 가지고 있었다. 무표정함이 아쉽긴 하지만 또 이건 이거 나름대로 내 구미에 맞는다. 따뜻하고 서글서글한 강아지 같은 맛도 좋지만 역시 고양잇과의 냉미남이 최고시다. 어찌됐든 미남은 언제나 옳다.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린다.

“생각보다 작군.”

헉. 목소리도 좋아. 아까의 꿀보이스의 주인이 냉미남 너였구나? 아주 다 가졌구나. 그나저나 은발이라니…… 지구인이 맞나?

내가 얼음 요정 같은 남자의 외모에 넋이 빠져 멍해 있는데, 남자가 내게 말했다.

“아실라 아제나스. 넌 내 것이다.”

“응! 나는 니 거!”

나는 남자의 얼굴에 나도 모르게 홀려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가 아니라! 뭐라고?”

뭐? 누가 누구 거라고? 너 방금 나한테 프러포즈한 거야? 이런 미남이 나한테 프러포즈라니! 아이고 고맙습니다, 이긴 한데…….

너 도대체 나님을 언제 봤다고 이렇게 들이대?

“너 누군데?”

“나? 아제나스 제국의 황제. 유그레스 메샤 폰 파레나이드다.”

남자는 갑자기 내게 다가와서 내 목에 자기 팔을 뻗었다. 지금 나랑 허그하자는 거? 이 남자, 초면에 엄청 대담하잖아! 아…… 아무리 미남이라도 그렇지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달칵!

뭔가 맞물리는 소리가 나고 목이 묵직해졌다.

목걸이? 내 목에 붉고 커다란 구슬이 박혀 있는 목걸이가 채워졌다. 무슨 목걸이가 이렇게 무거워? 이걸 왜 주는 건데?

“오오! 구속구를 채우는 데 성공하셨군요.”

내가 당황하고 있는데, 바닥에 엎드려 있던 사람들이 다들 환호하며 일어선다. 구속구? 지금 나한테 채운 게 목걸이가 아니라 구속구였단 말이야?

“이거 풀어!”

나는 갑자기 느껴지는 갑갑함에 버둥거리며 본능적으로 내 목에 채워진 목걸이를 잡아 뜯었다. 하지만 목걸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거 풀란 말이다!”

남자는 내 머리를 잡고서 저에게로 향하게 하더니 손에서 기이한 빛을 뿜으며 말했다.

“아실라 아제나스. 고귀한 리에트라의 자손이자 붉은 드래곤이여. 황제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내 것이 되어라.”

갑자기 시야가 확 좁아지면서 눈앞에 있는 남자 외에 주변의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뭐, 뭐야! 이 세상에 저 남자랑 나 둘만 있는 것 같잖아! 최면인가? 시, 싫어!

나는 기묘한 느낌에 놀라서 일어선다는 것이 그만 눈앞의 남자의 턱을 머리통으로 들이받아버렸다.

꽝!

“윽.”

“폐하!”

“괜찮으십니까?”

아, 사라졌다. 머리를 웅웅 울리는 느낌도 좁아졌던 시야도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보이는 시야가 낮아진 것으로 보아, 아마 나는 단상 같은 곳에 있다가 남자를 정통으로 들이받고 바닥으로 떨어진 듯하다. 눈앞의 남자는 기절해 있다. 남자가 내게 뭔가를 했던 것이 분명하다.

최면술사 같은 거 아냐? 저 녀석이 기절하니 정신이 말끔하고 개운한 것이 아주 상쾌하다. 역시 저놈이 나쁜 거였어!

“의사를 불러!”

“폐하가 쓰러지셨다!”

사람들이 쓰러진 남자를 들쳐 업고 난리 법석을 피운다. 헤헷! 꼴좋다. 그러니까 누가 남한테 이상한 짓 하래?

“하핫. 꼴좋다!”

“아실라 님!”

사람들이 나무라듯이 외친다. 눈에 꾸지람의 기운이 가득하다. 선생님이 한 열댓은 있는 것 같다. 낮선 외국인들이여 진정하세요! 나쁜 건 제가 아니라 저 사람입니다!

“제가 뭘요! 저 사람이 저한테 이상한 짓 하려고 했단 말이에요!”

“그건 각인의 의식입니다.”

“각인?”

“아실라 님이 저희 아제나스의 수호룡이신 이상 치러야 할 당연한 절차지요.”

“수호룡?”

“폐하가 깨어나신 후에 더 말씀드리도록 하지요. 아실라 님을 모셔라.”

“네.”

어디선가 나타난 메이드복을 입은 여자들이 바퀴가 달린 커다란 판을 끌고 들어왔다. 그중 대장처럼 보이는 여자가 한 손으로 나를 들어 올린다.

여자가 손 하나로 날 들어 올려? 아니! 아무리 키 163에 49킬로그램 한 떨기 꽃처럼 가녀린 여고생이라지만, 한 손으로 그러는 게 가능하단 말이야?

시녀들이 꺅꺅대며 수호룡님 수호룡님 아부를 떨어댄다. 누가 누군지 구분도 못하겠는데 뭘 잘 부탁한다는 거야? 내가 정신없어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외쳤다.

“아실라 님을 황금전으로 옮겨라!”

“네!”

나는 내 몸뚱이를 내려다보았다. 아까는 너무 정신없어서 몰랐는데 내 몸은 온통 뽀송뽀송한 털로 뒤덮여 있다. 등 쪽은 붉은색, 배 쪽은 하얀색이다. 그리고…… 매우 작고 통통하다.

내가 이상하게 변해 있다. 생각해보니 난 방금 전 분명히 무언가를 깨고 나왔다. 그거 혹시 알이었던 거야?

“이, 이게 뭐야!”

나는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