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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0일. 이제 나에게도 ‘기다림의 끝’을 보여줘.”
10년 전에 헤어진 유일한 피붙이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소녀
막연한 희망 하나만 품고 바다를 건너온 그녀에게 한 남자가 나타난다.
유일하게 가족이라고 인정했던 사람의 죽음에 오기만 남은 남자.
오로지 복수만 울부짖던 그에게 한 소녀가 나타난다.
“축하한다, 너희들. 오늘부터 너희들은 '부부'가 될 거다.
각자의 목적을 위해 혼인신고서에 도장을 찍어버린
두 남녀의 길고도 신기한 인연의 끈, 그 결말은…?

<본문 중에서>

“나는 잘 모르겠어요. 내 눈은 잘 보이고, 귀도 잘 들리니까, 그렇게 한 쪽이 깜깜해져 버린 다는 거…그리고 그렇게 불안해지는 것도. 그런데 말이에요, 신혁 씨. 아무리 당신의 오른쪽이 죽어 버렸다고, 그렇게 생각하셔도….”
이제 초가 거의 그릇에 주저앉고 있었다. 약간 몸을 숙이면서 만들어 낸 그림자가 방안에서 일렁거렸다. 리에는 양손으로 신혁의 손을 꼬옥 잡은 채, 조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신혁 씨의 오른손은, 아직 이렇게나 따뜻한 걸요….”
팟하며, 초에서 불이 꺼지며 연기가 긴 선을 공중에 그려내었다. 순식간에 어둠이 깔린 방안에는 한동안 정적만이 맴돌았다.
이상하다고, 여겨야 정상인 걸까?
아까까지만 해도 그렇게 불안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
“당신은….”
“에?”
“이상한 사람이군요.”
아아, 나는 아직 살아 있구나.
아직 내 오른쪽은…내 반쪽은…. 죽은 게 아니야….
여자가 후훗 하고 웃는 것은 어둠 속이라 상대방에게 보이지는 않았다. 리에는 계속 입가에 웃음을 띤 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이상한 사람이 맞는 가 봐요.”
“…….”
“…아마 맞을 거예요, 틀림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