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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안목과 예리한 통찰력을 가져 검사로서 승승장구해 오던 주빈은 거울에 몸을 기댄 채 생기 잃은 입술에 빨간 립스틱을 바르기 시작했다.
일종의 보상 심리일까? 한때 까맣고 부드러운 머리칼을 찰랑이던 그녀는 과감히 단발머리로 싹둑 잘라버렸는데...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없었던 주빈은 오전도라는 남자와 하룻밤을 보냈고,
그것의 대가는 임신이었다

-본문 중에서-

섬세한 안목과 예리한 통찰력을 가져 검사로서 승승장구해 오던 주빈은 거울에 몸을 기댄 채 생기 잃은 입술에 빨간 립스틱을 바르기 시작했다. 일종의 보상 심리일까? 한때 까맣고 부드러운 머리칼을 찰랑이던 그녀는 과감히 단발머리로 싹둑 잘라 버렸다. 출근을 해야 했지만 선뜻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주빈은 눈을 꼭 감고 무자비한 고통이 온몸으로 강타하는 걸 고스란히 받았다. 사랑, 자유……. 그 단어들을 되뇌어 보았다.
“사랑을 나눴다. 정말 어이없는 표현이야.”
갑자기 주빈은 그날 밤을 생각하자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자신의 사무실을 빠져 나왔던 행동들이 너무나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밀려드는 좌절감과 창피함에 그녀는 숨이 막혀 얼굴을 비추고 있는 거울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숨이 탁탁 막힐 지경이었다.
“그래, 우린 정당하지 못한 일을 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