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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의 못다 한 사랑을 찾아 헤매 온 남자

하루아침에 부모님을 모두 잃고 어린 동생과 함께 고아원을 전전하며 지내던 지환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외국인 신사의 양자가 되어 동생과 함께 영국으로 떠난다. 그로부터 10년 후, 그는 동생 연이와 함께 영국 왕실의 일원이 되어 스물여덟의 나이에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인재로 우뚝 선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연이의 고교 졸업 파티가 열리던 날 교통사고로 동생을 잃고, 자신 역시 몇 번의 대수술을 거쳐 간신히 목숨을 건진 지환. 사고의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동생을 앗아 간 사고에 배후가 있음을 알게 된 그는 복수를 다짐하고 가문과도 등을 진 후 홍콩으로 건너간다. 그리고 얼마 후, 버스 사고를 당한 지환은 한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잠깐 맛보기

“도대체가…….”

지환은 짜증을 내려다 말고 손수건을 든 채 얼어붙은 듯 아무 말도 않고 물끄러미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녀를 향해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대체 뭐 하자는 것인지.

마치 동화 속에서 뛰쳐나온 왕자님을 만난 것 같은 몽환적인 눈길. 완벽한 외모에 고급 정장까지 차려입은 자신의 얼굴을 넋 놓고 바라보는 그녀의 행동이 지환으로선 우스꽝스러운 속물처럼 여겨질 뿐이었다.

“얼굴 뚫어지겠군.”

“우리……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나요?”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당차게 잡아 세우더니 몽롱한 표정으로 눈물까지 글썽이며 수작을 거는 모습이라니. 지환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무미건조하게 한 마디 던졌다.

“만났지. 그것도 아주 강렬하게.”

“아뇨……. 아주 오래 전부터 당신을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리움 같은 게…….”

“그새 그리워질 만큼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그 정도 어설픈 작업 멘트로는 어림없다는 것만 알아 둬.”

“예……? 아, 아! 내, 내가 왜 이러지? 어머! 미쳤나 봐.”

그제야 자신의 추태를 깨달은 아령은 붉어진 볼을 톡톡 쳐 가며 흐트러진 정신을 불러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