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소개

이상하게 사랑을 한다는 게 슬프기보다 행복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첫 사랑과 결혼을 할까요?

아버지를 위해, 가문을 위해, 복수를 위해 자신을 버려야 했던 그녀. 이제 사랑마저, 그 흔적마저 지워야 한다. 그런데 왜 당신의 쓸쓸한 뒷모습이 이렇게 가슴에 남을까…….

“나하고 결혼하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있을 텐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되묻는 서련의 입가에는 비웃음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런 재산쯤 전혀 갖고 싶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그녀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던 문석은 왠지 자신이 안 좋은 일에 말려든 것만 같았다.
“네가 정말 원하는 게 뭐야?”
“글쎄, 뭘까요? 스스로 잘 생각해보시죠.”


2. 작가 소개

서미선
필명 소나기

사람들과 수다 떠는 것을 가장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세 남자와 매일 싸우는 게 하루 일과.

▣ 출간작

〈후견인〉, 〈루비레드〉, 〈잔인한 사랑〉, 〈가면〉, 〈카인과 아벨〉, 〈부부〉, 〈지독한 거짓말〉, 〈피의 베일〉, 〈넌 내게 지옥이었어〉, 〈되찾은 약혼녀〉, 〈아내〉, 〈레드 러브〉, 〈백설화〉, 〈도령〉, 〈홍분지기〉 외 다수

3. 차례

일 장 - 유서련
이 장 - 남궁 문석
삼 장 - 눈을 뜰 때마다 널 그리워하는 내 삶은 지옥이었다
사 장 - 안단테
오 장 - 남궁 지서와 재경, 그리고 선대현
육 장 - 여자라는 화려한 이름
칠 장 - 첫 데이트
팔 장 - 당신과 연결된 고리를 끊을 수 있다면……
구 장 - 첫 경험…… 여자가 되어 있었다
십 장 -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떻게……!
십일 장 – 또 다른 음모
십이 장 - 내가 죽어야 이 운명의 골이 끝난다면 기꺼이 죽어주지
에필로그 1
에필로그 2

4. 미리 보기

유씨 가문의 첫 시조는 유칠득이었다. 칠득은 남궁운이 재산 분배를 제안했을 때 다른 사람과 달리, 처음부터 농사보다는 술을 선택했다. 워낙 술을 좋아한 이유가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제법 많은 돈을 만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찌 보면 그는 머리가 상당히 좋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물론 처음부터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터를 빨리 잡았다. 무엇보다 남궁 가문에 대한 충성심은 그를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남궁운 역시 칠득을 무척이나 아꼈다.
서련은 가족들 모임에서 빼놓지 않고 선조의 얘기를 하는 아버지가 싫었다. 솔직히 자신들은 막된 말로 하면 남궁 가문의 종이었다. 물론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커지는 회사의 지분을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남궁 가문에 가져다주었다. 어쩌다 서련이 그런 문제로 투덜거리며 유 회장은 몹시 싫어했다.
“계집애가 집안 살림이나 잘하면 되었지, 남자들이 하는 바깥일에 왜 이렇게 관심이 많아?”
다른 여자들과 달리 서련은 밖의 세상이 좋았다. 아버지인 유 회장이 그녀를 유일하게 인정해 주는 것은 공부뿐이었다. 가끔씩 여자가 공부를 해서 무엇에 쓸 거냐며 빈정거리기는 했지만 시험 성적이 좋으면 그녀에게 내색은 안 했지만 여기저기 은근히 자랑도 하는 것 같았다. 그런 서련에게 배다른 동생이 생긴 것은 고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이었다. 그때부터인지 아니면 전부터인지 서련은 점점 어긋나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유 회장이 그녀를 낳아 준 생모를 나쁜 여자로 평가했다는 것도 한 몫 차지했다. 자신을 버리고 간 여자를 평생 동안 용서하지 못했던 분이었다.
“딸이 듣는데 그런 말은 자제해 주시면 안 돼요?”
불평 어린 그녀의 말에 유 회장은 더욱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어미는 무슨 어미야? 자식 버리고 간 여자들은 이미 그때부터 어미 자리를 포기한 게야.”
그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화가 나고 모든 게 미웠는지…… 언제부터 그녀가 독해졌는지 그것은 알 수 없었지만, 유 회장은 그녀를 보며 은근히 비꼬았다.
“무릇 사업은 여자보다 남자의 손에 좌지우지 되게 되어 있어.”
언젠가는 꼭 모든 것을 차지하고 말리라는 독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져 갔다. 그런 서련의 야망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사람이 유 회장이었다. 자식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를 두는 것을 보며, 의아하게 생각했었지만 그의 앞에서 말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보수성향이 강했고, 여자들이 바깥 활동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저도 사업을 하고 싶어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누누이 얘기했을 텐데.”
좀처럼 포기하지 않는 서련 때문에 유 회장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아예 얘기조차 하지 않으 려 했다. 그게 돌이킬 수 없는 강을 만들었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남동생은 가끔 남궁 가문에 데리고 가는 것 같은데 그녀는 단 한 번도 데려간 적이 없었다. 종종 들리는 말에 의하면 누구 집 아들이 어떻다는 등, 어떤 집 딸이 크면 살림꾼이라며 칭찬을 하는데 그녀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은 게 화가 났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도 예상치 못했던 기회가 생겼다. 처음으로 남궁 가문에 데리고 간다는 말에 너무 놀라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흥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