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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죽은 듯 보였다. 하지만 세바스찬은, 천둥소리와 같은 웃음을 터뜨리며, 굳은살이 박힌 발을 뻗어 자신의 마른 다리를 걸어 넘어트릴 수도 있다는 것에 대비하며 발로 놈을 살짝 건드려보았다. 놈의 입가에서 술(Ale, 맥주의 일종)이 흘러나왔다. 이내 용기를 낸 세바스찬은 아무것도 신지 않은 엄지발가락으로 놈의 살찐 배를 좀더 세게 찔러보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술에 취해서 드르렁거리는 소리도 없었다. 놈은 죽은 것이다.
세바스찬은 놈의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이렇게 조용히 가다니! 놈이 죽을 때는 항상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미친 듯이 날뛰다가, 관자놀이에 있는 검푸른 핏줄이 마지막 순간까지 벌떡벌떡 뛸 것이라고 세바스찬은 생각했다. 하지만 상상과는 달리 놈은 그저 몸을 수그리고 쿵 소리를 내며 쓰러지더니 그대로 가버린 것이다.
이마에 내려온 더러운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 세바스찬은 조각이 새겨진 지붕의 서까래를 올려다보았다. 그런 다음 침묵 속에서 숨을 죽였다. 마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이 울리는 것을 일시에 멈추고 공기 중에 그 메아리만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 순간 그릇이 던져져 깨지는 소리나 공기를 가르며 주먹이 날라 오는 소리가 섞이지 않은, 세상의 다른 소리들이 느껴졌다. 서까래 속의 참새들이 속삭이는 소리, 솔방울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황야를 가르는 바람소리. 고개를 숙인 세바스찬은 성당의 고요함에 울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