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우리 사귀지만 않았지 할 건 다 한 사이잖아.”
“6년도 더 된 일이잖아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각자 살아요.”
그가, 선생님이, 설진우가 돌아왔다. 스무 살, 연화의 재수 시절 과외 교사였으며, 연화의 첫사랑이었고, 지독히도 연화를 울린 그놈이.
스물일곱 살이 되어 마주한 첫사랑, 연화에게는 누구보다 나쁜 놈인 남자가 눈앞에 있었다. 최악이다.
“나 네 첫사랑이잖아.”
“시끄러워요.”
“창피해하지 마. 내 첫사랑도 너잖아.”
“다 지나간 얘길 왜 해요?”
“안 지나갔어. 난 계속 진행 중이야.”
7년이란 시간 동안 연화는 배우로서 자리도 잡았고, 그에게서 받은 상처도 아무는 중이었다. 기다릴 땐 안 오고, 잊고 잘 살고 있으니 뒤늦게 돌아온 나쁜 놈은 그동안 뻔뻔함까지 갖춘 걸까?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가벼운 터치에도 속절없이 흔들린다.
“모든 남자를 조심해야 하지만 한번 끝까지 간 남자는 특히나 조심해. 그 남자가 제일 위험하니까.”
그의 말이 맞다. 지금 연화에게 가장 위험한 남자는 설진우였다. 진작 끝난 인연인데, 제 곁에서 말도 없이 사라진 남잔데, 그가 휘젓고 떠난 후의 삶을 두 번은 겪고 싶지 않은데…….
그는 이제 와 어쩌자고 흔드는 걸까. 자신은 또 어쩌자고 동요하는 걸까.
#스무살첫사랑 #난학생이고그쪽은선생이야 #나쁜놈과의재회 #뭐든기다릴땐안오는게국룰 #그때는과외선생 #지금은대학교수 #과거는과거일뿐 #흔들리지말자 #세상에서가장위험한존재 #끝까지갔던옛남자 #저남자는위험해 #심장아나대지마
2. 작가 소개
안소원
3. 차례
#프롤로그
#1
#2
#3
#4
#5
4. 미리 보기
누가 들으면 그가 귀국한 게 저 때문이라고 착각하겠다. 진우도 적나라한 그녀의 얼굴에서 말하고자 하는 뜻을 읽어냈다. 그는 선뜻 긍정했다.
“네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
“안 속아요.”
연화는 코웃음을 치며 차를 출발시켰다.
“진짜 안 믿네. 아님, 날 또 믿기 싫은 건가?”
“네. 믿지도 않고, 믿기도 싫어요.”
“한 번 더 믿어봐.”
진우는 그 말을 참 쉽게도 했다. 뿔이 난 연화의 목소리가 비쭉 올라갔다.
“내가 왜요?”
“나 네 첫사랑이잖아.”
“…….”
이번엔 빨간불도 아닌데 브레이크를 밟을 뻔했다. 어이가 없는 건 잠시뿐이었다. 부끄러움이 밀려들었다.
연화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진우는 짧게 웃었다. 충분히 거슬릴 법한 소리였으나 지금 그녀에겐 그것마저 들리지 않았다. 첫사랑이란 말에 연화는 어떻게 운전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일단 어찌어찌 주차장에 들어와 차를 세웠다.
“네 얼굴 진짜 빨갛다.”
“시끄러워요.”
“창피해하지 마. 내 첫사랑도 너잖아.”
“다 지나간 얘길 왜 해요?”
진우의 말처럼 얼굴을 붉게 물들인 연화가 쏘아붙였다. 그 순간 안전벨트를 풀던 그의 손이 멈칫했다. 이어 작게 한숨을 쉰 그는 그녀에게 불쑥 몸을 기울였다. 진우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마디가 두드러진 긴 손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안 지나갔어.”
그가 푼 그녀의 안전벨트가 금세 모습을 감췄다. 굳은 것처럼 가만히 있던 연화는 그제야 몸을 바짝 물렸다. 진우는 더 다가오지 않고 시선만 마주했다.
“난 계속 진행 중이야.”
진우는 떨림이 가득한 그녀의 상태를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그녀의 속눈썹, 입술, 특히나 갈색 눈동자를 집요할 정도로 응시했다. 숨이 막힐 듯한 시선과 다르게 그는 잔잔하게 전했다.
“너 못 잊었어, 도연화.”
“말했잖아요. 난 그쪽 안 믿는다고.”
서둘러 답하는 연화의 심장이 힘껏 조여들었다.
“차차 믿게 해줄게.”
진우는 느긋하게 눈을 깜빡였다. 그는 지금 제 감정을 믿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의 말뜻을 눈치챈 연화는 싸우기라도 할 것처럼 눈을 힘껏 떴다. 그러나 이 이상 마주하고 있다간 동요할 것 같았다. 벌써 동요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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