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의 딸 부영(종이책)을 근간으로 했음을 밝힙니다.
파란만장 간택거절기.
야심찬 권력가인 봉보부인은 당하관의 최고 직위인 상선과 결탁하여 하나뿐인 여식 부영을 그의 딸로 입적시킨다.
일명 내시의 딸이 된 부영.
내가 원하는 운명은 이런 것이 아닌데요.
언제고 변할 감정 따위 내 알 바 아닌 것을요.
더욱이 나는요 부군에 귀속될 만큼 능력 없지도 않네요. 그러니 간택에 들든 말든 내 소관이 아니죠.
다시 한 번 혼이라도 빼앗긴 듯싶었다. 어찌 사내가 저리도 처연하게 웃는담.
도리어 인간 같지 않은 건 내가 아닌 그쪽이잖아요. 꼭 뭐에 홀린 듯, 사내가 꼬리 아홉 달린 여우도 아니고 자꾸 사람을 들었다 놓았다…….
아휴 모르겠다. 일단 돌아가자.
“하면 난 이만.”
“그 전에 갚을 건 갚지?”
발에 힘이 들어가며 발끝에 밟힌 나뭇가지가 우둑 비명을 질렀다. 부영은 같잖아 죽겠는 심정으로 그를 응시했다.
“내가 갚을 게 있던가요?”
“은혜 갚는다며.”
“……내 처지에 어찌 갚아야 하는데요.”
말은 그리하면서도 부영은 사방을 눈여겼다. 여차하면 보따리 안고 도망칠 기회를 엿보았다.
“너, 웃기는구나? 이렇게 벌겋게 터진 입술은 어찌 책임질 것인데!”
아, 그렇지. 입술. 부영은 어색하니 제가 비빈 입술을 눈여겼다. 그리고 확인했다.
선명하게도 눌린 채 멍든 흔적이 달밤임에도 또렷했다. 부영은 힘없이 웃었다. 그도 씩 웃었다.
‘이자는 요물이다, 요물.’
부영은 곧 그가 자신에게 요구할 것을 새겨들어야 했다.
“앞으로 너, 이곳에서 날 만나라. 내가 원하는 때. 더도 덜도 없이 꼭 세 번. 삼세번을 나와 만나 주면 은혜 갚은 거로 하지.”
저기, 여보셔요.
“말을 해. 설마하니 너무 좋아 죽겠어서 그런 건 아닐 테고.”
부영의 눈빛이 뭐냐는 듯 새치름 가늘어졌다.
“좋아하다니요? 왜요?”
“……머리 뒀다 뭐해.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터이니 넌 요령껏. 자. 대답은?”
“그 숨 쉴 수 없는 재간택 심사 기간 동안 요령을 만들 정도로 당신은 높은 직급인가요?”
“……머리를 쓰라 했다고 이럴 때 쓰란 의미는 아닌 것을.”
혀를 끌끌 차면서도 이도왕은 또 웃음이 났다.
“돌아가, 가서 편히 지내라. 티내진 말고. 날이면 날마다 날 만날 생각만 하지 말란 말이다.”
허허. 부영은 또 노인처럼 웃음이 났다.
잘나기는 오지게도 잘난 사내가 저만 생각할 것이란 말도 안 되는 착각을 한다는 것에 대한 비웃음이었다.
“난 부영이라 했고요. 당신의 이름은?”
“…치현治炫.”
그가 입을 열자 부영은 더없이 환히 웃었다.
“멋진 이름이네요. 치현.”
이도왕은 부영의 웃음에 눈부신 듯 눈을 가늘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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