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봄날 아침에 엄마가 나에게 말했다.
“넌 그 순진한 생각을 버려야 해. 그런 생각을 그냥 갖고 있으면 언젠가는 그것이 너를 물 속으로 끌고 들어가 버릴 거야. 저기 운하에서 낡고 썩은 새우잡이 배가 가라앉을 때처럼 말이야.”
그날 아침 나는 죽은 아기 어치새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서 베란다로 헐레벌떡 뛰어갔다. 엄마는 거기서 관광객들에게 팔 야자나무 잎 모자를 짜고 있었다. 나는 그 새가 둥지에서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엄마는 어미 새가 내던진 게 틀림없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그때 나는 고작 일곱 살이었다. 어미가 자식을 둥지에서 내던진다는 것은 나로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에요, 엄마. 날려다가 떨어졌을 거예요.”
엄마는 야자나무 잎을 내려놓고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칠흑처럼 새카만 엄마의 눈동자에 어린 그윽하고 슬픈 표정이 내 두 눈에 눈물이 글썽이게 했다. 엄마는 아기 새에게 눈길을 돌리더니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가브리엘, 이 새는 너무 어려서 난다는 게 뭔지 몰랐을 거야. 병이 들어서 죽었거나 곧 죽을 처지였겠지. 하지만 어미는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지를 알았던 거야.”
나는 그 조그마한 새를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두 눈이 진물로 짓이겨진 채 감겨 있고, 작은 부리는 살짝 벌어졌고, 작은 발톱들은 꼭 오므라져 있었다.
나는 토라진 소리로 엄마에게 항의했다.
“아기를 내버리는 게 어떻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얘야, 어미한테는 돌봐야 할 자식들이 너무 많단다. 튼튼하고 건강한 자식들한테도 어미는 관심을 가져 줘야 하고 먹을 것을 물어다 줘야 해. 어차피 죽을 자식을 걱정하느라고 꾸물거리다가 건강한 자식까지 병이 들어서 죽을지 모른단 말이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엄마의 말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건 어미가 곰곰이 생각한 끝에 그렇게 결정한 건 아니란다. 그건 아닐 거야. 그저 본능일 뿐이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어미는 그저 알고 있을 뿐이란다. 어미들은 그렇게 해서 건강한 자식들이 죽지 않고 잘 자라서, 네가 그리도 사랑하는 저 숲 속을 훨훨 날아 볼 기회를 갖게 해 주는 거란다.”
“어미가 이 아기 새 때문에 슬퍼했을까요?”
“그랬겠지. 하지만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던 거야, 알겠니?”
“모르겠어요. 어미가 조금만 더 애를 써 주었다면 이 아기 새는 죽지 않았을 거예요.”
엄마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엄마가 나에게 순진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던 때가 바로 그때였다.
그때 나는 엄마의 말이 무슨 뜻인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직은 어려서 내가 갖고 있는 순진성만으로는 세상을 재어 볼 수가 없었다. 날마다 아침에 눈을 뜬다는 것이 나에게는 아직도 무슨 귀한 선물이 들어 있는 꾸러미의 포장지를 뜯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아침을 먹자마자 문을 차고 나가 앞 베란다의 계단을 폴짝폴짝 뛰어내려갔다. 집 모퉁이를 돌아 늪과 운하가 있고, 내가 사랑하는 온갖 동물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곤 했다. 질병과 죽음, 폭력과 잔혹, 그런 것들은 나의 그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가 없었다. 만약 거기서 무언가가 죽는다면, 그것은 마땅히 때가 되었기 때문일 뿐이었다. 그러므로 나의 마음속에서는 희망을 버리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 있었다.
“엄마 힘으로도 저 아기 새를 다시 살릴 수 없나요? 무슨 약초를 짜서 먹이거나 마술 가루 같은 걸 뿌려 주면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요?”
엄마는 치료사였다. 두 손으로 신기한 마술을 부려서 병을 고치는 사람이었다. 엄마가 아는 것은 엄마의 어머니와 할머니와 그 할머니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었다. 엄마는 불이 꺼진 자리에 다시 불을 일으키고, 아기의 귀에다 연기를 뿜어 넣어서 두통을 쫓아내었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노인의 몸에다 야자나무 잎을 대어 주면 노인들이 자기 힘으로 일어서고 걷고 두 팔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악령들은 엄마를 무서워했다. 엄마가 어느 집의 계단에다 성수를 뿌려 주면 그 집에는 절대로 악마가 들아가지 못했다. 엄마의 힘이라면 틀림없이 내 두 손 안에 들어 있는 작은 새를 다시 살려 놓을 수 있으리라 여겼다.
“얘야, 나도 죽은 걸 다시 살리지는 못해. 네가 죽음의 문을 한번 들어가고 나면 그 문은 네 등 뒤에서 영원히 잠겨 버리는 거란다.”
엄마는 내 얼굴에 실망하는 빛이 서리는 걸 보고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이 아기 새는 더 좋은 세상으로 가서 잘 자랄 거야.”
더 좋은 세상이란 게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나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나의 세계에는 온갖 현란한 색깔들이 가득하고, 따사로운 햇빛과 신비로운 향기를 풍기는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하다. 허공에서는 꿈속인 듯이 새들이 가볍고 사뿐히 날아다니고, 엄마가 만든 음식에서는 군침이 돋게 하는 향기가 피어난다. 하늘에 가득한 뭉게구름들을 쳐다보면서 나는 낙타를 그려 보기도 하고 고래를 그려 보기도 한다. 솜사탕까지도!
“무얼 갖고 그러니, 가브리엘?”
아빠가 우리의 판잣집에서 나오면서 말했다. 그 판잣집은 내가 태어나기 직전에 아빠가 직접 대충대충 지은 집이었다. 아직 아침인데도 아빠의 손에는 맥주병이 쥐여져 있었다. 맥주로 아침을 때우는 때도 더러 있었다. 마구 헝클어진 짙은 갈색 머리가 멋진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빠끔히 보일 정도로 이마를 가득 덮고 있었다. 아빠는 바지만 걸치고 윗몸은 그대로 드러낸 채 맨발이었다. 곱슬곱슬한 갈색 털이 배꼽에서부터 위쪽으로 이어져서 가슴팍을 무성하게 덮고 있었다. 아빠는 키가 크고 근육질의 몸을 가진 매우 강한 남자였다. 무엇을 끌어당기거나 들어올릴 때는 팔의 근육이 꿈틀거렸다. 엄마한테서 들은 말로는 아빠가 이 달러를 걸고 악어와 싸운 적도 있다고 했다. 아빠가 얼마나 바보 같은 남자인지는 그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고 엄마는 불만스럽게 말했지만, 내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아빠라는 뜻으로 들렸다.
엄마가 내 대신에 대답했다.
“죽은 어치 새끼예요.”
“그래? 그걸 갖고 뭘 하려고 그러니, 가브리엘? 수프에 넣으려고?”
“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