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힘든 사랑은 못 견딜 거 같아요. 도망칠 거 같아.”

“나한테서는 도망 못 가, 절대로. 저 남자보다 김규민이 몇 배는 더 끈질기고 집요할 테니까.”

좋아서 좋다고 한 것뿐인데 도대체 왜 내 말을 안 믿는 거지? 귀여운 내 병아리 씨, 그만 삐약거리고 내 진심 좀 받아줘.

이사님씩이나 되는 사람이 장난도 정도가 있지. 왜 나만 보면 들이대? 이사님, 생계형 직원한테 장난치고 그러는 거 아닙니다.

“나, 이사님한테 팔려가는 거야? 그런 거야?”

“말 그따위로 할래? 내 진심, 왜곡하지 마.”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털레털레 이사님한테 가면 내가 어떻게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웃을 수 있겠어요.”

“하, 소원아. 내 말뜻은…….”

“결국엔 이렇게 될 거였어. 이사님은 결혼 적령기인데, 내가 뻔뻔하게 기다려달라는 말을 하는 것도 이기적이었어.”

2. 작가 소개

태은

http://blog.naver.com/mio9099

한국로맨스소설작가협회 소속.

▣ 출간작

보기 드문 남자

불완전한 결혼

촉촉한 연애

탐닉의 온도

고소한 남자

단아한 유혹

매일 밤, 아슬해

▣ 출간예정작

탐닉의 베테랑

3. 차례

#9장. 고 팀장의 악(惡)

#10장. 사랑하고 있다는 건

#11장. 내가 바로 수컷 호랑이!

#12장. 첫 싸움, 결혼이란……

#13장. 화해, 그리고 에로틱 사랑

#14장. 기가 막힌 인연

#15장. 질투쟁이 이사님

#16장. 프러포즈, 그들의 마지막 이야기

4. 미리 보기

“내가 있잖아. 걱정하지 마. 이제는 너랑 처남 보호자는 나야. 내가 남부럽지 않게 살게 해줄 거라고.”

“이사님.”

“혼수 때문에 그래?”

“하아. 아니라고는 못해요.”

“누가 너보고 혼수, 해오래? 다 필요 없어. 난 너만 있으면 돼. 너만 내 곁에 있으면 된다고.”

결국,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소원은 떨리는 입술을 꽉 다물고선 그에게 잡혀 있던 손을 뿌리치듯 빼내어 한 걸음 물러섰다.

“나, 이사님한테 팔려가는 거야? 그런 거야?”

자존심을 세우려는 것도 아니었고, 자신을 향한 규민의 사랑을 하찮게 여겨서도 아니었다. 충분히 그의 사랑과 진심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싫었다. 평생 한 번뿐인 결혼과 혼수. 사랑하는 그에게 빈손으로 갈 수 있다 쳐도, 빚만큼은 업고 갈 수 없었다.

“말 그따위로 할래? 내 진심, 왜곡하지 마.”

규민 역시나, 자신의 진심을 왜곡하는 소원에게 욱하고 말았다. 아니란 걸 알면서도, 내뱉는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규민의 가슴을 쿡쿡 찔러댔다.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털레털레 이사님한테 가면 내가 어떻게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웃을 수 있겠어요.”

“하, 소원아. 내 말뜻은…….”

“결국엔 이렇게 될 거였어. 이사님은 결혼 적령기인데, 내가 뻔뻔하게 기다려달라는 말을 하는 것도 이기적이었어.”

“진소원!”

걷잡을 수 없이 펑펑 쏟아져 내리는 눈물. 소원은 감정을 조절 못한 채 입 밖으로 내뱉어선 안 될 말들을 규민에게 던졌다. 데이트 잘하고, 왜 이렇게까지 살벌한 상황에 맞닥뜨린 것인지. 소원은 다시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마음은 이게 아닌데. 진심과는 달리 멋대로 움직이는 입은 결국엔 규민의 격분을 치솟게 했다.

“격차가 너무 심한데 이사님이 좋아서 주제도 모르고 욕심냈어.”

“입 다물어. 한마디만 더 해봐.”

칼날보다도 날카로운 그의 눈매와 차갑다 못해 시린 얼굴. 억지로 분을 누르고 있는 그의 살벌한 목소리까지. 소원은 처음 보는 그의 살기 띤 모습을 보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규민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규민은 미운 말만 내지르는 소원이 이 순간만큼은 미웠다. 자신이 먼저 그녀의 심기를 건드렸지만, 이렇게나 심장 떨리도록 긴장하게 만드는 소원을 지금은 안아줄 수가 없었다.

‘김규민, 네가 잘못한 거다. 더 이상 엇나가지 않도록 그만 멈춰야 해.’

여기에서 다툼이 더 이어지면 절대로 되돌리지 못할, 상상하기도 싫은 상황이 되어버릴 거 같아 두려웠다. 규민은 여기서 그만 멈춰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지금은 서로 많이 흥분한 상태이기에 더 이상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내뱉지 못하도록 중지해야 했다.

“늦었다. 피곤할 텐데 어서 들어가서 쉬어.”

“이사님.”

“우리 둘 다 흥분했어. 지금 이 상황에서 계속 얘기해봤자, 서로 감정만 상해.”

“…….”

“얼른.”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그만 휴전을 택하려는 규민의 말에 소원은 뭔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좀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긴장감이 그들의 주위를 감돌았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떼려는 소원의 입술로 시선이 내려앉은 규민은 목이 죄이는 기분이었다. 들어서는 안 될 말인 것 같은 예감. 그는 미리 입막음하려는지, 소원의 손을 ‘타악’ 잡아채고는 대문을 열고서 계단을 올랐다.

규민의 힘에 못 이겨 끌려가듯 계단을 오른 소원은 힘주어 그를 멈춰 세우려 했지만, 남자의 힘을 감당하기엔 벅찼다.

“이사님!”

“입 다물라고 했지!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

그의 손이 떨려왔다. 제 몸으로까지 그 여진이 전해질 정도로 점차 강한 진동을 느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예감하고서 지레 겁을 먹고 있다는 걸, 사색이 된 그의 낯빛만으로도 소원은 알 수 있었다.

“들어가.”

더 이상은 그의 심기를 건드리면 큰일 날 것만 같았다. 소원도 점차 이성을 찾아갔고, 결국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가방에서 열쇠를 꺼내어 문을 열었다. 규민이 알루미늄 문을 활짝 열고서 그녀가 들어갈 때까지 단단히 잡고 있었다. 쭈뼛쭈뼛 안으로 들어선 소원이 이내 슬쩍 뒤돌아서서 규민을 흘깃거렸다.

잔뜩 웅크린 소원에게 그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다정한 손길로 머리칼을 쓸어주었다.

“얼른 씻고 자. 앞으로 결혼이란 말은 꺼내지 않을 테니까, 오늘 일은 잊어버려, 소원아. 내가 경솔했어. 반성하고 있어.”

원래의 다정한 김규민으로 돌아왔다. 소원은 미운 말만 내뱉고 상처를 줬는데도 자신에게 져주며, 바로 굽히고 들어오는 규민에게 미안하기만 해, 다시금 눈물이 차올랐다.

‘나 같은 여자가 뭐라고, 당신이 이렇게까지 굽히고 들어오는 거예요. 참 바보 같은 남자야.’

“다른 생각 하지 말고, 푹 자도록 해.”

소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규민이 서서히 문을 닫았다. 철컥. 완전히 닫힌 문. 하지만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그 자리 그대로 미동도 하지 않고 한동안 그렇게 서 있었다.

묵직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규민이 속상함에 발걸음을 떼지 못한 채 서성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눈물을 뚝뚝 떨군 그녀는 손잡이를 향해 손을 뻗다가도 이내 멈칫하며 손을 거두었다.

‘미안해요. 하지만, 당신한테 짐이 되고 싶진 않아요. 오래오래 사랑하고 싶어서, 더 그럴 수 없어요.’

자존심을 세우려는 것이 아니었다. 소원은 그저 소중한 사람들과 더욱 오랜 연을 이어가고 싶었다. 절대적으로 자신의 마음에 들어온 사람들에겐 소원은 얻어먹거나 무조건 받지 않았다. 가까울수록 예의를 지키고 더 바른 모습으로 소중함을 지키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