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모레 당신 촬영 없죠? 모레하고 그다음 날까지 내가 당신을 사겠어요.”

“무, 뭐? 뭘 사?”

“내가 당신과 당신의 시간을 사겠다고 했어요.”

사랑하는 남자가 부모님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한 윤주는

그가 떠난 후 1년 동안 산송장처럼 그저 하루하루를 흘려보낸다.

이제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던 윤주는,

그러나 사랑하는 남자 장훈이 남기고 간 유작을 드라마로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 후에 장훈의 곁으로 가겠다고…….

하지만, 그녀가 너무나 사랑했던 장훈과 겹쳐 보이는 남자, 휴빈을 만나고

그를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윤주는,

점점 휴빈이라는 남자에게 빠져들고 마는데…….

사랑하는 남자가 남기고 간 [회색 겨울].

[회색 겨울]은 그녀에게 또 다른 기적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본문 내용 중에서]

“저번에 그랬지?”

옷을 추스르던 윤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휴빈을 바라보았다.

“내가 요구하는 거 뭐든지 다 들어준다고.”

윤주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휴빈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꼭 제가 색마가 된 것 같아 쉽게 말이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제 속에 들끓는 화마에다 찬물을 끼얹으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휴빈이 정면을 주시하며 천천히 말문을 틔웠다.

“난 널 원해. 너의 몸, 마음 전부 다. 머리카락 한 올, 아니, 네 손톱까지도 내 허락 없이는 자르지 마.”

윤주는 너무나 뜻밖이라 저도 모르게 헉 하고 신음을 내뱉었다.

“이봐요, 그건 좀 너무 심하지 않아요?”

그녀의 반박에 휴빈의 입가에 미소가 빙글거렸다.

“심하다고? 절대! 심하다고 생각 안 해. 이건 다 네가 자초한 거야. 네가 나에게 널 모두 던졌을 때부터 예정된 일이었다는 걸 너도 알고 있었을 텐데?”

“아, 아니. 그건 오해예요.”

“아니, 오해는 은방울만으로 족해.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나 그렇게 나쁜 놈 아니다. 앞으로 차차 알게 되겠지만 나 그렇게 형편없는 놈 아니야. 그리고 난 너라는 여자가 알고 싶다. 나, 단순한 철없는 호기(豪氣)로 이러는 거 아니야. 왜 내가 이렇게 너라는 여자에게 집착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나 꼭 너라는 여자에 대해 알아야겠어.”

“휴……, 휴빈 씨?”

“네 입으로 약속했잖아. 지켜!”

“아, 아니에요. 이건 아니란 말이에요.”

“아니고 기고 그건 내가 판단해. 넌 약속이나 지켜. 오늘부터야. 아니, 바로 이 시간부터야. 넌 내 여자야. 넌 이젠 나만 봐야 하고, 내 옆에만 있어야 돼.”

[프로필]

이선혜(블랙)

[시작은 미비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

창대한 끝을 향해 지금도 고군분투 중.

출간작

[카사노바 & 쇼걸] [회색 겨울] [미운 정 고운 정] [하늘정원] [뻔뻔한 남자]

[악연 혹은 인연] [우리가 다시 사랑하기까지]

[목차]

1 ~ 20

Epi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