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전자책은 주드 데브르의 "이중주 열정"의 쌍둥이 자매의 시점으로 그려진 작품이므로 일부 내용이 겹칠수도 있습니다.



필라델피아, 펜실베이니아 주
1892년 4월

“놀랐지!”
붉은 빛을 띤 짙은 밤색 머리카락에, 크고 맑은 푸른색 눈동자, 귀족적으로 오똑한 코, 작으면서도 완벽한 선을 이룬 입술을 가진 예쁘장한 블레어 첸들러가 헨리 외삼촌의 집 거실에 들어서자 그곳에 모여 있던 열한 명의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다.
블레어는 잠시 동안 멍하니 서서 자신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행복의 눈물을 삼키기 위해 눈을 깜박였다. 외숙모와 외삼촌, 그리고 그들과 나란히 서 있는 알란이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동료 의대생들이 세 사람의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 선물이 가득 쌓여 있는 탁자 주위에 서 있는 사람들 모두 기쁨과 흥분으로 가득한 표정이었다. 순간 블레어는 인턴의사 자격을 얻기까지 노력했던 지난 몇 년이 아득히 먼 옛날처럼 느껴졌다.
여전히 처녀적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플로 외숙모가 재빨리 앞으로 다가왔다.
“얘야, 거기 서 있지 말고 이리 와서 선물들을 좀 풀어보렴.”
“자, 이것부터 풀어보아라.”
헨리 삼촌이 가장 커다란 상자를 내밀면서 말했다. 블레어는 그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짐작이 갔지만, 겁이 나서 차마 입 밖으로 말할 수가 없었다. 조심스럽게 포장지를 풀고, 깨끗한 신형 의료기구가 담긴 가죽가방을 꺼낸 순간 그녀는 할말을 잃고 그만 뒤에 있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멍하니 가방에 달린 청동판 위에 새겨진 글자들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블레어 챈들러 의사.’
알란이 어색한 침묵을 깨면서 쾌활하게 말했다.
“이 여성이 내과 교수들의 옷장에 썩은 달걀을 집어넣은 바로 그 사람이라는 게 믿어집니까? 그리고 전(全) 필라델피아 병원 연합의 이사회에 맞서 싸웠던 그 여성이라는 사실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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