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불쑥 은백의 옆집으로 이사 온 정체불명의 남자, 백천홍.

그를 처음 본 순간 은백의 다리가 버터처럼 녹아 휘청거렸다. 정말이지 혼이 쏙 빠지게 잘생겼다.

그런데 이 남자, 혼자서 이 험한 세상 어찌 살았나 싶을 정도로 세상물정 모른다. 게다가 성격은 오만방자하기가 하늘을 찌르기까지 한다.

머리가 그다지 좋지 못해 대학에 두 번이나 떨어진 후 삼수는 정말 못할 짓이라는 것을 깨닫고 요식업에 손을 뻗었다. 돈 긁어모으는 낙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데, 옆집 남자 천홍을 만났다.

하나뿐인 아들의 한량 짓을 보다 못한 아버지의 손에 의해 쫓겨난 제왕 그룹의 후계자. 1년 안에 인간 되어서 돌아오란다. 돈 한 푼 없이 쫓겨나 딱 굶어죽을 위기에 처해 있는데 옆집 여자 은백을 만났다.

“샴푸 뭐 써?”

천홍의 물음에 은백이 고개를 갸웃했다.

“천홍 씨랑 같은 거 쓰잖아요. 내가 저번에 준 샴푸요. 그거 미리 여분으로 사 뒀던 샴푸 준 거였거든요.”
“아. 그런가. 나랑 같은 향기였나.”

천홍이 천천히 감았던 눈을 뜨고 은백을 내려다보았다. 왜 그녀에게서 나는 향기가 이렇게 특별하게 느껴지는지 의아함이 들었다. 그리고 의아함과 함께 그녀와 자신의 머리카락에서 같은 향기가 난다는 것에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생각해 보니 그들은 샴푸뿐만 아니라 치약도, 바디워시도 같은 걸 썼다.
천홍의 시선이 느껴지자 창밖을 보고 있던 은백이 천홍을 마주 올려다보았다. 허공에서 두 사람의 눈빛이 강하게 얽혔다.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던 천홍이 급하게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고 입 안으로 욕설을 중얼거렸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 순간 그는 은백에게 키스를 하고 싶었다. 단순한 입맞춤이 아닌 서로의 혀가 얽히고 타액을 주고받는 깊은 키스를 해서 저 동그랗게 뜬 두 눈을 반쯤 감기게 하고 싶었다.

프롤로그 - 거지 왕자의 탄생

1. 너희들은 배고파서 기절해 본 적 있니?

2. 밥순이의 탄생

3. 알바 하는 왕자님

4. 넌…… 넌 내 밥순이야!

5. 그렇게 거지 왕자는 철들기 시작했다

6. 함께 먹는 밥맛

7. 거지 왕자, 드디어 각성하다

8. 밥순이는 거지 왕자를 좋아해 자꾸자꾸 좋아지면 나는 어떡해

9. 거지 왕자와 밥순이는 얼레리 꼴레리

10. 거지 왕자의 탈피

11. 결국은 해피엔딩일 거면서, 흥흥흥

에필로그 - 결혼합시다, 제발

그들을 바라보는 자영의 시점 1 - 바보 커플

그들을 바라보는 자영의 시점 2 - 두 여자

정말 마지막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