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줄 수 있는 사랑을 하는 사람과 보일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사람을 생각하다 상반된 인물들을 그려보았습니다.
사랑을 보이는 사람은 사랑을 보일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겠지요?
그 사이에 가은이라는 여주인공을 끼어 넣어봤습니다. 검사와 범죄자 사이의 여형사.
가은을 사랑하면서도 끝내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삶이 끝나는 준배가 개인적으로는 안타깝지만 일부러 보여주는 사랑에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같은 여자 입장에서 그래야만 가은이 좀 덜 불쌍하지 않을까하는 좁은 소견도 있었고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서도 분명 법과 질서는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였습니다.
보일 수 없는 사랑은 한순간에 혼을 빨아들이듯 강력한 마약과도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보여주는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쉽게 또 다른 사랑을 찾기도 하고 자기 자신을 치유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듯하지만 보일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사람은 현실을 안타깝게 여기고 미래를 부르고 싶어 하죠. 물론 다 저의 개인적인 시야에서 바라본 소견입니다.
이성이든 동성이든 세상에서는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관계들뿐인 것 같습니다.
사랑이 최고라면서.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고.
사랑 때문에 웃고,
사랑 때문에 기적도 만들어 내고,
사랑 때문에 절망으로 떨어지기도 하잖아요.
양면성을 보여주는 남자들의 사랑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의도대로 잘 그려졌는지는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

오목한 그릇에 넘지도 차지도 않게 찰랑거리는 사랑을 꼭 해보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본문 발췌글]


순간 준배의 낯빛이 새파랗게 변하는가 싶더니 이내 무표정함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양손이 팔뚝을 으스러지도록 잡고 있었지만 아프다고 한다면 답을 들을 수 없을 것 같아 꾹 참아야 했다.
“내가 범인인가?”
“지금 묻고 있잖아요.”
“그건 당신들이 할 일 아니던가?”
불안하던 그의 눈동자에는 그녀의 모습만이 가득 차 있었다. 무엇이 진실일까? 내 마음 아니면 당신 마음.
가은은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당신에게 직접 듣고 싶어요.”
“왜?”
갈증이 일며 입안이 바짝 말라왔다.
“당신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흔들리던 가은의 눈동자를 준배가 가만히 들여다봤다.
“조사하면 나오잖아.”
“당신의 입으로 아니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요!”
“그러니까 왜? 그게 당신한테 그렇게 중요해? 내 입으로 난 살인자라고 말하는 소릴 그렇게 듣고 싶은 건가?”
“아니요. 아니라는 말이 듣고 싶어요.”
“내가 착각할 수 있는 말은 될 수 있으면 하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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