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주인공 - 연제비.
남자 주인공 - 김주윤.

주윤 -
“연제비? 흥부네 집에 박씨를 물어다 준 제비가 너였구나? 지금까지 그 집에 봉사했으면 됐어, 아가씨. 이제 넌 내 거다. 다시 한 번 내 품에서 꿈틀하면 그 예쁜 다리를 똑 부러뜨려서라도 못 가게 할 거야.”
제비 - 열 세 살, 제법 평온했던 소녀의 세상이 위태롭게 흔들리던 날에 제비는 검은색 정장을 쫙 빼입은 무서운 남자들에게 쫒기고 동네 불량배들에게 신나게 얻어터져 길바닥에 쓰러진 소년을 만났다. 온 몸으로 세상과 맞서 마음속에 응어리진 설움과 분노를 터뜨리는 소년의 눈동자에서 눈물을 본 순간 악당임이 분명한 소년을 제비는 차마 버리고 도망칠 수 없었다. .
그리고 스물 일곱, 그녀가 지키려했던 가족과 삶의 기반이 위태롭게 흔드리는 순간 그 나쁜 놈이 다시 제비의 인생에 턱하니 발을 들여놓는다. 정혼자라는 이름으로.
“흥! 내가 흥부네 집에 박씨 물어다주고 은혜 갚은 제바라면 그쪽은 마음이 병들고 외로운 여자들 등이나 쳐먹고 사는 날라리 제비겠네요! 그 다리 똑 부러뜨리기 전에 내 인생에서 썩 꺼지시죠! 다시 한 번 내 앞에 나타나면, 나타나면.”
“나타난다면?”
제법 당차게 대거리하던 소녀와 여자 사이의 경계에 있는 제비, 뭐라 위협이든 경고든 해야겠는데 빙글빙글 웃음을 머금고 저를 도발하는 남자의 눈을 본 순간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순진하게 눈만 꿈뻑거리는 제비에게 싱긋이 웃어 보인 남자가 순식간에 미소를 거둔 강렬한 눈빛으로 조용히 통보했다.
“난 널 가질 거다, 연제비. 그러니까 최대한 내게서 멀리, 그리고 높이 날아봐. 그래도 난 널 잡을 테니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큰 새장 안에 가둘 거야. 기대해도 좋아.”
그가 씩 웃었다. 그리고 그 미소가 떨리는 심장을 관통한 순간 제비는 그 말이 진심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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