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이름을 날리던 내 엄마, 어둠의 동굴 마녀 아래서 태어났지만, 내가 철이 들기도 전부터 우리는 가난에 허덕여야 했고, 그 가난이 싫어 마녀학교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비비고 있어보려 했지만 하늘이 나의 재능을 질투했던 것인지 최연소 수석이란 타이틀과 함께 나는 남들보다 훨씬 빨리 졸업해야만 했어.
그래, 생각해보면 이 정도는 이해할 수 있어. 내가 남들보다 뛰어난 거니까, 이건 인정하겠다고.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마녀학교를 졸업한 내가 왜 예비마녀야 하는 거야? 나이가 어린 게 죄야? 남들보다 잘나서 빨리 졸업한 게 내 죄야?
도대체, 내가 무슨 죄를 졌다고 하늘은 내게 이런 시련을 주는 거지?
내가 다른 마녀들보다 물론 잘난 건 알아, 하지만 잘난 게 내 탓이지 하늘이 도와 준건 없지 않느냐고! 왜 하늘이 내 앞길에 태클을 거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단 말씀이야.
뭐, 이 정도 태클 정도는 이해할 수 있어.
이제 나도 독립이란 걸 했으니, 그래 세상 살면서 어느 정도 시련이 있으리라는 건 나도 알아. 그런데, 왜 자꾸 일이 꼬이는 거야?
내 진주로 만들어진 여자가 왜 예전에 엄마 손에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여야 했고, 왜 그녀가 현재의 용왕의 누이란 말이지?
도대체 저 남자, 왜 자꾸 나에게 집적대는 거야?
나이도 나보다 훨씬 많이 먹은 주제에! 이건 인간 세상으로 치면 원조교제라고!
나는 용왕이라 불린다.
그 이름 아래 많은 이들이 고개를 조아리고, 내 뜻을 따르며, 나를 두려워했다. 그런 이들 사이로 신선한 충격을 주는 여자가 나타났다.
지난 생을 돌이켜 볼 때, 충분히 아름다운 것들을 보았고, 흥미로운 것들을 많이 접해왔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누이가 끌려갔다던 인간세상에서 만난 어린 마녀는 그런 나의 자부심에 의문점을 던져 주었다.
왜 자꾸 그녀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일까?
왜 자꾸 그녀에게 신경이 쓰이는 걸까?
아직은 어린 마녀인데, 그것도 정식마녀가 아닌 예비마녀.
그녀의 어머니마저 내 앞에선 공손히 머리를 숙이는데 뭐가 그리 잘나서 틱틱거리는 걸까? 아무래도 날 유혹하나보군. 훗~ 보는 눈은 있어서. 뭐 그렇다면 야 내가 넘어가 주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