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정(레드퀸) 작가님의 [야한 짓은 나하고만] 구매시 10% 할인!

토토로망 선호작가등록
2025.06.06 오후 12:00 조회 0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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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기억하지 못하는것 같았다. 어릴적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했던 첫남자임이 분명한 그를...... 하지만 문제될건 없다, 라고 생각하면서 잠에 빠져 꿈나라를 헤메는 진혁을 품에안고 윤성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녀를 따라갔다.

    또각또각. 뚜벅뚜벅.
    또각. 뚜벅. 그녀가 돌아섰다.

    "이보세요. 도대체 왜 이렇게 따라오는거예요!? 아까도 말했지만, 난 피아노학원 선생이지 유치원선생이 아니란 말이예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맡기려는 겁니다. 애가 절 닮아서 머리도 좋고 영리하니까 피아노쯤은 금방 배울거리고 생각합니다."

    "저애, 이제 막 세살이라면서요. 진짜 이러실거예요?"

    "......조기교육이라고 생각하죠 뭐."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는 '양아치'의 모습에 승아는 도리가 없다는듯 어깨에 힘을빼고 돌아섰다. 빠리 집에나 가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아침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것이 정신건강에 좋을거라는 판단에서였다.

    "허락하시는거죠?"

    "......"

    "그럼, 허락하시는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학원이 몇시에 문을열죠?"

    "....8시....요."

    "아! 딱 좋네요. 그럼 내일아침에 뵙죠. 잘 들어가세요 선생님."

    "......"

    싱긋, 웃으며 윤성이 소리쳤다. 하지만 승아는 대답도 하지 않은채 집을향한 발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윤성은 킬킬대며 뒤로 돌아 자신의 차로 향했다. 일단, 그녀의 일상에 침입하는것은 반억지로 성사시켰다.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할까. 어떻게 해야 그녀가 자신을 기억해 낼수 있으며 또 어떻게 해야만 그녀가 자신의 여자가 되어줄까......하는 아직은 기분좋은 상상을 하면서 고윤성, 그는 지금, 비상한 잔머리를 재빨리 굴려대는 중이다.

    "윤승아. 오늘 안 사실인데 말이야...... 다리가 참 예뻐. 나 어릴때는 바지만 입고다녀서 잘 몰랐었는데 말이야. 쿡......"

    방금전 보았던 플레어 스커트 아래로 드러난 곧고 균형잡힌 종아리를 생각하며 그, 고윤성은 다시한번 그녀의 다리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하지만 그 고윤성, 한가지 간과한것이 있다. 바로,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져있던 백금소재의 커플링을 말이다.



    ***

    "아아악!!!!!!!"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속에 몸을 담근 그녀는 별안간 소리를 지르더니 물속으로 뽀그르르, 잠수를 했다가 다시 물위로 머리를 내밀었다. 그녀의 엄마가 자주쓰는 사투리표현을  갖다 붙인다면 그는 정말 '징한 놈' 이었다.  허락을 할때까지 애를 안고 뒤따라오면서 들러붙는 그런 철거머리같은 남자였던 것이다.

    "아우, 고 쌩양아치놈. 내가 무슨 유치원 보모인줄 알아?"

    승아는 도대체 영문을 알수없는 행동을 하는 이상한 양아치의 모습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꽤나 젊은 얼굴이었다. 이제 막 대학생활을 시작했을법한 20대 초초반의 얼굴, 노란머리, 그런데...뭐? 회사? 아빠?......요즘이야 벤처니 뭐니 해서 그래, 회사라면 이해한다. 또 대학을 안가고 바로 취업하는 경우도 있으니까.....그런데.....'아빠'라니, 창창한 얼굴을 가지고 '애아빠'라니......

    "도대체 몇살에 사고를 쳤길래 그나이에 애가 다있담.....쯧쯧....."

    고개짓을 해보며 한심하다는투로 혼잣말을 하던 승아는 별안간 히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하긴, 쌩양아치가 할일이 뭐가 있었겠어. 쿡쿡...... 애키우면서 고생이나 똥빠지게 해라."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욕조에서 나와 가볍게 샤워를 했다. 역시 더러워진 기분을 말끔하게 하는데 좋은 방법은 목욕이 최고라고 생각을 하는 그녀였다.


    ***

    가볍게 옷을 입고 핸드폰을 열어보던 승아는 부재중전화라는 문구에 얼른 핸드폰을 열어보고 번호를 확인한수 기분좋게 웃었다. 전화의 주인공은 그녀의 히어로 강정현에게서 온 전화다. 기쁜마음에 수화기를 들고 그에게 전화를 거는 승아의 눈에서 맑고 기쁜 마음이 엿보였다. 승아는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신호음이 몇번 가고 반대쪽에서 그녀의 남자의 목소리인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전화받았습니다. 말씀하세요."

    "어, 정현씨. 나 승아. 나 잠깐 뭐좀 하고 있었는데.....정현씨한테 전화온줄도 몰랐다."

    "승아야, 우리 이번주 약속......다음으로 미루자. 내가 좀 바쁜일이 생겨서......"

    "어? 약속을......미뤄? 왜? 무슨일인데......"

    "어머니께서......아프셔."

    "정말?......그럼 내가 한번 찾아가볼까?"

    "아니, 그럴필요까진 없어. 미안해."

    ".....할수 없지. 그럼 다음번에는 영화도 보고 그러자. 정현씨."

    "그래. 미안해. 끊을게."

    "어."

    툭, 반대편의 전화끊는 소리와 함께 승아는 맥이 풀리는것을 느끼며 소파에 푹 퍼진채 앉아버렸다. 이번주 토요일에 약속이 있었는데......이틀밖에 안남은 오늘 그 약속이 깨져버렸다. 그와 함께 잡은 오랜만의 만남이라서 승아는 요 며칠 인터넷으로 영화표도 예매하고 나름대로 그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 옷도 사고 머리도 새로했었다. 그런데 그 노력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이 순간, 그녀의 마음은 매우 울적해졌다.

    "...쳇, 이게 다 그 양아치 녀석 때문이야. 그 녀석때문에 오늘하루 되는일이 하나도 없어."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다고 했던가. 그녀는 정현과의 약속이 깨진것을 애꿎은 윤성의 탓으로 돌리며 애써 서운함을 지워보려 했다. 그녀에게 오늘 하루는 최악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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