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청명한 여름 늦은 오후, 호화롭게 그지없는 커다란 마차가 아름다운 영국 교외의 평화를 깨뜨리며 길 위를 휘젓고 있었다. '도시에서 한동안 아스가 지낸다면 원기 왕성한 젊은 녀석들이 그녀를 만나기 위해 줄을 이을게 뻔 하지만 런던의 신사들 그 누구와도 사랑에 빠지게 내버려 두지 않도록 리지우드는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동생네가 자신에게 감춰진 마음을 안다면 어떤 반응을 할 것인가? 제수씨만 해도 아스가 결혼하는 일에 몇 년을 전전긍긍하지 않았던가? 리지우드도 한 가지 목표. 조카인 아스의 결혼성사만을 위해 이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이었다. '아스는 어렸을 적 장난치기 좋아하는 개구쟁이에서 눈에 확 뜨일 만큼 아름다운 여인으로 어엿한 숙녀로 성장해 있었다. 고귀한 귀족 신분임을 더 없이 보여주는 그녀의 우아하게 솟은 광대뼈만큼이나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원하는지 잘 캐치하는 현명한 아가씨였다. 그녀는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다른 일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건 아스의 결점이기도 했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철저한 온고함, 그녀의 어머니는 자신이 옳다고 느끼는 주제에 대해서는 절대 물러나지 않는 분이었다.'리지우드는 가슴이 뿌듯하게 그녀가 자랑스러웠다. 브람스가 아스를 본다면 한 눈에 맘에 들어 할 거란 걸 어렵지 않게 예감할 수 있었다.'마차가 로엔 문양의 집 앞에 섰을 때 아스는 마부가 내려주기 전에 옷의 주름을 펴고 숙부님을 돌아보았다.'“숙부님, 도착한 것 같아요.”'그때 마부가 마차 문을 열었다.'“도착했습니다.”'아스가 런던으로 오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아스에겐 뜻하지 않게 그를 도와주는 일이 되어버린 런던 행이었다. 아니, 아스가 제 발로 런던으로 방문하도록 유도했단 말이 더 옳았다. 아스는 이 시대에 여자에게 허락지 않는 거래를 하려 여자의 몸으로 당당히 런던으로 왔다. 여자들에겐 아직은 남성적인 권위를 넘겨주진 않았지만 간혹 아스와 자신의 관계처럼 아스가 하려는 일에 그의 네임을 빌려주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도 리지우드는 갈등했다. 그녀의 명석함을 알기에 언제나 숙부로서 힘이 되어주려 아낌없는 응원을 해주었지만 오늘과 같은 이런 엉뚱한 짓이 또 어디 있을까. 하지만 그들의 발걸음은 이미 응접실에 다 닿아 있었다.'“어서 오시게.”'리지우드를 기다리던 브람스 씨가 숙부와 아스에게 반갑게 맞이 해주었다. 아스가 본 브람스씨는 세월을 이기지 못한 흔적이 배여 있으나 젊었을 적엔 훤칠하고 잘생겼을 남자일거란 걸 느꼈다. 큰 키에 허리가 굽지 않았고 눈처럼 하얀 은발에 구레나룻을 길렀으며 억센 손끝에 은을 입힌 까만 지팡이를 움켜쥐고 있었다.'“그레이엄 양.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지닌 보기 드문 아가씨로군.”'“과찬이십니다.”'그녀는 가볍게 브람스라는 중년남자에게 인사를 했다.'“내, 나이가 들어도 보는 눈을 의심하지 마시게. 아가씬 어느 누구에게 견줄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니 말이오.”'브람스의 끈기 있는 말에 아스는 그저 미소로 화답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진한 눈길이 그저 불편할 따름이었다.'“이 아인 취향이 까다로워서 웬만해서는 눈길이 흩어지지 않는다네.”'숙부님의 칭찬이라고 해야 될지 모를 말에 숙부님을 커다란 눈을 더 크게 뜨며 바라보았다. 숙부님은 그런 아스의 눈길을 자연스럽게 모른 척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