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당신은 어디에……(where are you)

1.''''런던 환락가 소호의 한 클럽. 카메라가 조명과 구분되지 않을 만큼 셔터를 연신 터트린다. 뷰 파인더의 화이트 밸런스를 높여 댄서들의 땀방울 하나까지도 잡아내는 카메라는, 때론 리듬을 타며 흔들리기도 하고 테이블 위로 아래로 올라갔다 내려가며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다 얼마 후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맥주 대신 테이블 위에 드러누웠다.'드르르. 허벅지가 다 드러난 짧은 카고팬츠 주머니 속 휴대폰이 연신 몸을 흔들었다. 연은 잡아채듯 휴대폰 폴더를 올려 전화를 받았다. 땀에 젖은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떼는 대신 그녀는 시원한 맥주를 들이켰다.'“네. 연이에요.”'쿵쿵쿵 귀를 울리는 강한 힙합 리듬 때문에 상대의 목소리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연은 화장실이든 밖이든 자리를 옮길 생각이 없었다. 그걸 알았는지 전화기 너머의 헬무트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시피 이야기를 했다.'[연, 자기 안 오는 거야? 오늘 리셉션에 참석하기로 약속했잖아. 벌써 시작한 지 30분이나 지났어. 런웨이는 안 봐줘도 리셉션 장엔 나타나 주기로 하고서 이게 뭐야?]'금방이라도 휴대폰 속에서 튀어나올 것처럼 헬무트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그건 예상대로 패션쇼도 리셉션도 온 영국의 관심을 다 받으며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꼭 지금 가야 돼요?”'연은 대충 묶어 놓은 머리카락이 커다란 링 귀걸이에 걸린 것을 빼내며 있는 대로 인상을 썼다. 헬무트의 파티에 가기로 약속을 하기는 했다. 그러나 약속 시간은 파티 종반쯤에 잡혀 있었기 때문에 굳이 일찍부터 파티에 참석해서 카메라 세례를 받고 싶지 않았다. 괜스레 화보 모델 따위를 해주고 귀찮은 일에 휘말린 것 같아 안 그래도 심사가 매우 언짢던 참이었다. '[기자들은 내가 잘 단속할게. 부탁이야, 응?]'헬무트는 부탁한다고 소리를 지르면서도 즐거운 목소리였다. 연은 다시 맥주를 들이켰다. 클럽의 오렌지 빛 조명을 받아 구릿빛으로 반짝이는 기다란 목이 물을 넘기며 생명력 넘치게 꿈틀거렸다.'연은 빈 맥주병을 내려놓으며 테이블 위에 던져 놓았던 하얀색 모피를 집어 들고 카메라를 가방에 챙겨 넣었다.'“알았어요. 30분 내로 가요.”'그러고는 툭 휴대폰 폴더를 내리며 클럽 매니저를 향해 손가락을 튕겨 보였다. 우람한 덩치에 반짝이는 민 대머리의 매니저가 싱글거리며 다가왔다. 연은 굽이 8센티도 넘는 부츠를 신을 발로 까치발을 들어 매니저의 귀에 대고 소리쳤다. '“저 댄서들 바꿔요. 정말이지 별로야.”'매니저가 고개를 들어 진심이냐는 눈짓을 해 보였다. 연이 커다랗게 눈을 부릅뜨고 허리를 손을 얹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농담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매니저는 푸하하 커다랗게 웃음을 터트리며 번쩍이는 조명 속으로 그녀를 밀어 넣었다. 괜히 하는 말이 아니란 걸 알고 있는 것이다. 클럽에 와서 술 마시고 춤을 추기보다는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것이 먼저인 그녀지만, 댄서들에 대한 평은 항상 진심이었고 정확했다. 춤을 즐기고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의무감에 추고 있는지 제대로 골라내곤 했었다.'연이 인파 속으로 떠밀리며 매니저를 향해 소리쳤다. 물론 그 소리가 그의 귀에 전달되지는 않겠지만, 입술 모양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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