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아름다운 천사(The Lustful Angel)

#챕터4

남편의 미칠 듯한 구애(Nighthawks)

7월 2일 월요일.

폭풍과도 같은 소동이 휘몰아쳤던 주말이 6월과 함께 끝났다. 키르와 지혜는 평소의 일상으로 되돌아왔다.

키르는 출근 준비를 했고 지혜는 아침 식사를 차린 뒤 10시에는 입시 학원에 출근해야 했다.

토요일 하루에만 엄청난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 덕분에 지혜는 일요일 온종일 잠만 잤다. 일요일 새벽에 잠들어 눈을 뜨니 월요일 새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로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는 듯 지혜의 눈꺼풀이 조금 내려와 있었다.

“너 괜찮아?”

키르가 물었다. 오늘 아침에만 이 질문을 세 번이나 했다.

“괜찮다니까요. 키르 씨는 제가 이 정도로 쓰러질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사람 걱정시키는 건 잘하는 여자지.”

숟가락으로 소고깃국을 저으며 말했다.

키르의 대답에 지혜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논리적인 반론 대신 은근히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반격하며 키르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키르는 국을 떠먹으려던 손을 멈추고 미묘한 눈빛으로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지혜를 바라보았다.

“그 정도로 삐치지 마. 월요일 아침부터 기분 나빠 가지고 좋을 거 하나도 없어.”

“딱히 삐친 거 아니에요.”

“삐쳤잖아.”

“아니거든요?”

무뚝뚝한 표정을 하고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옥신각신했다.

지혜의 말대로 지혜는 딱히 삐치지 않았다. 그저 피곤함이 축적되어서 힘이 없을 뿐이었다.

이래서는 입시 학원에 출근해도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지혜는 한숨을 지으며 앞머리를 정리했다.

키르는 그런 지혜가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네?”

지혜는 목을 긁으려다 손을 멈추고 눈을 번뜩였다.

키르는 무심한척하며 소고깃국과 샐러드를 흡입했다.

“정말로 괜찮아요. 그냥 피곤한 것뿐이니까. 퇴근하고 올 때 자양 강장제라도 하나 사 오세요.”

힘없이 웃으며 조곤조곤 중얼거렸다.

“정말 그걸로 괜찮아?”

“괜찮아요. 아, 그렇다고 상자째로 사 오실 건 없고 그냥 하나만 사 오세요.”

“자양 강장제가 필요하다는 건 피곤하다는 거네?”

“네, 뭐…… 그렇죠.”

키르의 뜬금없는 질문에 지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분위기가 수상했다. 키르가 평범하지 않은 무언가를 떠올린 게 분명하다.

지혜는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기대감에 사로잡혔다.

키르는 숟가락을 내려놓더니 느닷없이 와이셔츠 단추를 위에서부터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뭐 하세요?”

피곤함으로 가라앉아 있던 지혜의 목소리가 급격히 높아졌다.

키르는 대답 없이 와이셔츠 단추를 모두 풀었다. 피부와 뼈 사이에 암석을 박아 놓은 것만 같은 울퉁불퉁한 육체가 드러났다.

지혜는 얼굴을 붉히며 농밀해진 침을 꿀꺽 삼켰다.

“눈이 좀 뜨여?”

키르가 섹시한 티를 내기 위해 일부러 저음으로 속삭이자 지혜는 고개를 아주 크게 끄덕였다.

아침부터 키르의 맨살을 보고 눈이 안 뜨인다면 성호르몬에 문제가 있는 여자일 것이다.

“아직 아침이에요, 키르 씨.”

“나도 알아.”

“출근도 하셔야 하는데 벌써부터 이런…….”

“양지혜.”

지혜는 히죽거리는 입을 손으로 가리며 고개를 떨궜다. 눈을 어디에 둬야 좋을지 몰라 무척 난감했다.

잠깐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긴 사이 키르가 자리에서 일어나 지혜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너 보여주려고 만든 몸이야. 네가 안 보면 만든 의미가 없잖아.”

“그건 알겠는데 아침부터 그…… 해버리면 피곤해서 일에 지장이 생기잖아요. 저도 나중에 출근할 거고…….”

“눈 돌리지 마.”

키르가 명령조로 말했다.

지혜는 바짝 밀착한 키르를 흘겨보며 어깨를 움찔거렸다.

“키르 씨.”

“왜?”

지혜는 잠깐 뜸 들였다가 말했다.

“괜찮으시겠어요? 지각할 거예요.”

“아니, 그럴 일은 없는데.”

“사장이라고 너무 여유 부리는 거 아니에요? 다른 사원들의 모범이 되어야죠.”

“너는 내가 회사로 가버렸으면 좋겠어?”

지혜는 곤혹스러웠다.

월요일 아침부터 시작된 남편의 유혹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하루를 푹 잤기 때문일까? 성욕이 무지막지하게 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