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1-1'' 노나라와 오나라의 국경지대 숲 속 안에 임시로 세운 막사 안, 노년의 남자와 장년의 남자가 마주앉아 있었다.' “노왕, 지금 공주를 나한테 주겠다는 것이요?”' 노년의 남자가 소리쳤다.' “그렇습니다, 오왕. ……그리고 나중에 외손자에게 노나라를 줄 생각입니다.”' 수왕이라고 불리는 장년의 남자가 침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장래의 내 아들에게 노나라를 주겠다고요.”' 오왕인 노년의 남자가 노왕을 향해 미소를 보이면서 고개를 내밀었다. ' “아, 그렇게 되는 건가요. 하하하.”' 노왕이 너스레를 떨었다.' “노왕께는 장성한 아들이 셋이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제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줄 생각이십니까? 따님도 아직 공주로서 인지를 못 받았다고 들었는데…….”' 오왕이 걱정스레 물었다.' “제 아들들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요. 딸은 18살이 되면 공주로 발표할 생각입니다.”' “알아서 처리라 함은…….”' 오왕은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였다. 노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지금 제 걱정을 해주시는 겁니까? 그렇다면 걱정 마십시오. 전 아들놈들을 조금도 좋아하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어째서……?”' “사랑하는 여인에게서 낳은 아이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녀석들을 죽이는 데는 한 점의 망설임도 없습니다.”' 노왕은 비릿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 오왕은 그 모습에 약간 꺼림칙했지만 영토가 넓어진다는 생각에 무시해버렸다.' “그럼 언제쯤 공주를 맞이하러 가면 되겠습니까?”' “제가 곧 연락하겠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두 왕의 비밀 회담은 끝이 났다.' 이 회담은 운명의 바퀴를 서서히 정해진 길을 따라 움직이게 만들었다.''' 1-2'' 제 나라 왕궁 안의 왕의 집무실.' 제 나라의 젊은 왕은 한창 집중력을 올려 국사를 처리 중이었다. 이 환관은 혹여 방해라도 될까봐 조용히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매우 조심스럽게 부복을 하고 왕의 부름을 기다렸다.' 왕은 곧 인기척을 느끼고 이 환관을 보았다.' “무슨 일이지? 방해 말라 했을 텐데.”' “죄송합니다, 전하. 급한 일이라 사료되어 들어왔사옵니다. 노나라의 수린 님의 전언이 당도했사옵니다.”' “그게 왜 급한 일이지?”' 의아한 왕이 물었다.' “전언을 갖고 온 사람을 보시면 이해하실 것이옵니다.”' “그래. 그럼 들이라.”' 이 환관이 방문을 열고 한 남자를 들였다.' 그 남자는 며칠간을 씻지도 먹지도 못했는데 꾀죄죄하고 초췌해서 궁에 들어온 자체가 기적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 모습에 정말 급한 일이라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