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소망상자를 확인해 주세요 2권 (완결)

“일은 할 만한가?”'진규와 함께 거래처 직원들을 만나고 돌아온 우빈에게 오너인 이경석이 물었다. '“예, 할 만합니다. 워낙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서요.”'“하루하루 에너지가 더 넘치는 것 같아, 보기 좋아.”'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경석이 말했다.'진규를 통해 올해 마흔다섯 살의 경석이 아직 독신이란 말을 들을 때까지만 해도, 우빈은 그가 상당히 고루하거나 까칠한 남자일 거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막상 출근을 하고 난 뒤 대면한 경석은 도무지 40대 중반이라고 믿을 수 없는 외모의 활기찬 남자였다.'그의 활기찬 성격은 건축 사무소 휴(HUE)의 곳곳에 묻어 있었다.'방배역 근처 주택가에 자리한 4층 건물은 먼발치에서 보면 녹지에 둘러싸인 아담한 전원주택을 연상케 했다. 평수가 그리 넓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가각전제를 십분 활용한 미색 건물과 테두리에 귤빛을 더한 지붕은 도심에서는 흔히 발견하기 힘든 안온함을 느끼게 했다. '통유리 너머로 초록빛 잔디가 한눈에 보이는 1층은 회의실과 야근이 잦은 설계사들의 작업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1층은 설계사무소 휴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전유 공간인 셈이었다.'2층과 3층 역시 동선과 작업 능률을 배려해 모던한 감각으로 꾸며져 있었고, 4층은 경석의 거처와 퇴근시간이 일정치 않은 직원들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어쩐 일로 내려와 있어요?”'벗은 슈트를 의자 등받이에 걸친 진규가 그에게 물었다.'“두 사람, 잠깐 내 방으로 가지.”'출근을 한 지 사흘, 업무 파악과 동시에 거래처 사람들과 얼굴을 익히느라 정장을 차려입은 우빈은 조금 전 진규가 그랬던 것처럼 벗은 슈트를 의자 등받이에 걸었다.'사무실을 나서면서 경석이 그에게 말했다.'“사인은 언제 해 줄 거야?”'“아이, 사장님도 참.”'“이 사람 보게, 내가 장난으로 그러는 게 아니라는데 그러네. 내 방에 가자마자 자네는 사인부터 하라고. 내가 CD도 세 장 다 샀단 말이야.”'“네?”'“놀라기는. 인터넷에 들어가서 들어 보니까 곡이 아주 좋더란 말이지. 그래서 바로 주문했더니 오늘 오전에 왔더라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결코 틀린 소리가 아니야. 안 그래, 허진규?”'“우빈이 노래에 푹 빠지셨나 봅니다?”'“이렇게 능청스러운 친구가 그렇게 감미로운 노래를 불렀다는 게, 난 믿기지가 않아. 하는 행동을 보면 꽥꽥 소리 지르는 록이 어울릴 것 같은데 말이야. 굵은 펜으로 사인 제대로 해야 해, 두고두고 가보로 물릴 물건이니까.”'“인주 칠해서 지문을 선명하게 찍어 드리죠. 사인보다는 그게 더 확실하니까요.”'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세 사람은 사장실 안으로 들어섰다.'사장실이라고 해 봐야 비서 하나 없는, 경석이 단독으로 사용하는 작업실에 불과했다.'두 사람을 소파에 앉게 한 경석은 책상 위에 놓아두었던 서류철과 CD 세 장을 들고 그들에게 다가왔다.'우빈은 능청스런 표정으로 CD를 내미는 그에게 말했다.'“사장님, 사람 무안하게 이러시면 안 되죠.”'“무안하긴 뭐가 무안해. 괜한 엄살 그만 하고 얼른 사인부터 해.”'우빈은 그가 내민 낯익다 못해 낯설게까지 느껴지는 CD를 쳐다봤다.'앨범을 준비하던 날들의 기억, 재킷에 들어갈 사진을 위해 소란스럽다 싶게 운동 따위를 하던 날들의 기억이 떠올랐다.'그는 경석이 건네준 펜으로 CD 뒷면에 사인을 하기 시작했다. 휘갈기듯 쓱쓱 사인을 한 그는 소파에 앉은 경석의 앞으로 CD를 밀었다.'“은퇴 가수 선우빈의 사인이라 가치는 없을 거예요.”'“이 사람 뭘 모르는군. 이봐, 예술에는 말이야, 현역 퇴역이 따로 없어. 작품 속에 그 사람 혼이 담겼는데, 어떻게 퇴역이 돼, 안 그래? 진규야, 이 형은 가끔 썩 괜찮은 명언을 남기지 않냐?”'“누군가 했음 직한 말을 차용해 오는 게 문제죠.”'“인마, 이건 내가 지금 막 생각해 낸 말이야.”'“그렇다고 치고, 은밀하게 불러들인 이유가 뭐예요?”'“선우빈 씨하고 같이 이 서류 한번 봐.”''바람 소리'다시 시작한다는 건…….'안개주의보'아름다운 오해'용기, 두려움을 깨뜨리겠다는 다짐'나, 그대에게'사랑, 살아 있는 그 느낌'어느 날, 갑자기'환한 빛 하나가…….'그 밤의 밀어(密語)'사랑이 그리움뿐이라면'소망상자'사랑, 다시 살게 하는'긴 기다림 뒤에…….'에필로그'작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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