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동건과 연우는 드레스가 온통 핏자국인 채로 축 늘어져 정우의 품에 안겨 들어오는 설아를 보고는 기겁을 하며 다가갔다.'“다친 거 아닙니다. 술 취해서 정신을…….”'정우는 무표정하게 중얼거리고는 설아를 침대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도대체, 이게 다 뭐야? 웬 피가…….”'동건이 그녀의 드레스를 훑어보며 인상이 험악해졌다. 그리곤 정우의 팔을 거칠게 움켜잡았다.'“술은 왜 먹였어?”'“제가 찾아냈을 땐 이미…….”'“그럼, 너랑 같이 있었던 게 아니야?”'정우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벽에 기대 흘러내리듯이 주저앉아 버렸다. 그리고 슬픈 눈으로 침대 위를 바라봤다.'“너, 너도 엉망이네. 일어나.”'동건이 그의 드레스 셔츠며 소매 끝, 손이 온통 핏 자국인걸 심각한 눈길로 훑어봤다.'무릎을 세워 당기고는 얼굴을 묻어버리는 정우를 말없이 문가에서 내려다보던 연우의 얼굴에 서글픈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누구냐. 너, 누구한테 그렇게 주먹질 한 거야?”'“…….”'동건이 말없이 고개를 묻고 주저앉아 있는 그의 앞에 한쪽 무릎을 세워 앉으며 바라봤다.'“민설아가 도대체 누구랑 있었길래 니가 주먹질을 했냐고 이 자식아!”'여전히 대답이 없는 그의 어깨를 움켜잡고 거칠게 흔들었다.'“후유‚ 돌겠네. 진짜. 일어나. 너부터 좀 추스르자.”'동건이 그를 억지로 일으켜 세워 한 팔을 어깨에 두르곤 부축해서 설아의 방을 나섰다. 동건에게 끌려 나가면서도 설아를 뒤돌아보던 그가 한숨을 쉬며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동건이 정우를 데리고 옆집으로 들어가는 걸 지켜보며 연우는 현관문을 닫았다. 그리고 천천히 설아의 방으로 들어섰다. 침대 위에 걸터앉은 연우의 눈이 피투성이드레스에서 잠든 설아의 얼굴로 훑어 올라갔다. 설아의 눈가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동그랗게 말면서 등을 돌렸다. 연우는 착잡한 심정으로 말없이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는 방을 나왔다. 거실로 나와 담배를 피워 물고 베란다 창밖을 내다보는 연우의 눈가에 물기가 맺히기 시작했다.'“후우. 권정혁. 우리 인연은…… 여기까진가 보다.”''다음날, 점심때가 다 돼서야 동건은 피곤한 얼굴로 정우와 현빈이까지 달고 집으로 들어섰다.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연우에게 정우는 차가운 눈길을 보내며 식탁의자에 털썩 앉았다. 현빈도 어슬렁거리며 집안을 둘러보고는 의자에 앉았다. 동건은 열심히 냉장고를 여닫으며 국을 데우고 밥도 떠서 후배들 앞으로 날랐다. 연우도 정우를 빤히 보면서 맞은편 의자에 자릴 잡았다. 동건이 연우를 돌아보며 투덜거렸다.'“아직 밥도 안 먹었어? 밥 줘?”'“아니, 됐어.”'연우는 정우에게 시선을 머문 채 동건에게 대꾸했다.'“설아는?”'“아직…….”'“니가 권 정혁이 아들이구나. 어쩜 생김새나, 하는 짓이 그리 똑같니?”'연우가 한손에 턱을 괴며 한쪽눈썹을 치켜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