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말도 안 돼. 저곳에 그 녀석이 있다고?'거짓말이지? 거짓말이라고 말해 줘.'제발 거짓말이라고 말해 줘.''커피숍 안은 깊어가는 가을에 어울리는 조용한 재즈음악이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창 밖으로는 부슬부슬 내리는 빗줄기와 함께 노란 낙엽이 뒹굴고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간인 듯 커피숍 안은 손님들이 앉아있는 테이블보다 빈자리가 더 많았다.'커피숍 한 쪽 구석에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여자가 앉아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초조함과 긴장감이 엿보였다. 여자의 시선은 줄곧 출입문을 향해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문이 열릴 때마다 들어오는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번번이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지 짧게 한숨만 쉬었다.'딸랑, 딸랑.'또다시 문이 열렸고, 여자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자의 시선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남녀가 보였다. 여자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살며시 미소를 지며 그들을 바라보았지만, 그 미소 속에는 슬픔이 자리 잡고 있었다.'막 문을 열고 들어온 두 남녀가 주위를 훑어보다 여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찰나의 순간, 두 남녀의 눈동자가 커지더니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두 남녀의 모습을 보면서 여자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두 남녀는 여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그녀의 앞으로 걸어왔다.'“어서 오세요. 황선빈 씨 맞으신가요?”'여자의 말에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앉으세요. 제가 태민이 일로 전화 드린 사람입니다.”'여자는 자리에 앉길 청했고, 두 남녀는 자리에 앉았다. 여자는 물끄러미 두 남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 색이 짙어지며 어두워지더니 심하게 흔들렸다. 여자의 얼굴에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여자의 굳은 표정에 두 남녀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맴돌았다. 두 남녀는 조용히 여자의 눈치를 살폈다. 여자는 결심을 했는지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먼저 제 얼굴을 보고 많이 놀라신 거 같네요. 태민이가 저와 많이 닮았죠. 제 소개를 먼저 할게요. 전… 태민이 막내 고모예요.”'여자는 조금 뜸을 들이다 간신히 마지막 말을 끝냈다. 두 남녀는 그녀의 말에 태민과 닮은 얼굴을 이해할 수 있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자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동자는 여전히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여자는 자신의 소개를 서두로 천천히, 그리고 힘들게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두 남녀의 얼굴은 점점 핏기가 없어지더니 시체라 오해받을 만큼 새하얗게 질렸다.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녀를 보며 여자는 씁쓸한 미소만 지었다.'끝까지 말해야 했다. 이 말을 전해줄 사람은 그녀밖에 없었기에……. 굳은 결심을 한 여자는 몇 분에 걸쳐 어렵게 이야기를 했고, 마침내 이야기를 끝낼 수 있었다.'“이것은 그 아이가 두 사람에게 전해달라는 물건과 마지막 유품입니다. 저보다는 두 사람이 가지고 가는 것을 그 아이가 더 좋아할 것 같아서 챙겨가지고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