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평소에는 밤 11시면 무용레슨이 끝난다. 연습이 끝나면, 학원 앞에서 기다리고 계시는 엄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오늘은 학원 강사의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1시간 빠른, 10시에 레슨이 끝났다. 일찍 끝났으니 지금 빨리 학원 앞으로 오시라고 엄마에게 전화하려던 채린은 오늘이 금요일이란 걸 깨달았다. ' ‘아! 금요 기도회.’ '금요 기도회는 밤 9시부터 시작해서 10시 30분에 끝난다. 지금 시간이라면 전화해도 소용이 없었다. 기도회 시간에는 엄마가 휴대폰 전원을 꺼놓으시기 때문이었다.' “어떡하지?”'학원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20분 거리다. 별로 멀지는 않는 거리지만, 주변에 공터와 야산이 있어서 늦은 시간에 채린 혼자서 가기에는 위험했다. 엄마가 오실 때까지 기다릴까? 하다가 '1시간 넘게 마냥 서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3인 채린은 예술고를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무용 실기뿐만 아니라 교과 공부도 해야 했다. ' “그냥 가자.”'채린은 용기를 내서 집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 ‘별일 없을 거야. 늘 보아왔던 길인데.’'10분 정도 빠른 걸음으로 걷다보니, 채린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만 가면 되겠구나 하며 걸음을 재촉하는 데 누군가가 앞을 막아섰다. ' “……!”'흰색 양복차림에, 길게 자란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3명의 남자들이었다. 그들은 성인 흉내를 내고 있었지만 나이는 들어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불량서클의 고등학생들 같았다. 말로만 들어왔던 불량 서클의 학생들을 만나자, 채린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겁이 났다. 도망치려고 해도 발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 ‘어쩌지? 가지고 있는 돈도 없는데.’'그중 키가 크고 제일 불량스러워 보이는 한 남학생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서더니 겁을 주려는 듯 씹고 있던 껌을 뱉으며 말했다.' “이제야 겨우 만나게 됐네. 야! 너 유채린 맞지?”'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채린은 너무 놀랐다.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지? 난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하지만 그들에게 놀랐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지 않아서 가만히 있었다.' “야! 오빠들이 묻고 있잖아? 왜 대답을 안 해?”' “…….”' “이거, 뭐야? 우릴 뭘로 보는 거야?”'채린이 계속해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한 남학생이 화를 내며 채린 앞으로 다가오더니 뺨을 때렸다. 갑작스런 폭력에 놀랐지만 채린은 곧바로 옆으로 돌아간 얼굴을 바로 하고, 그 남학생을 노려보았다. 태어나서 처음 맞아보는 손찌검이었다. ' “어쭈? 노려보면 어쩔 건데? 이게! 완전히 겁을 상실했는데?”' “야! 그만 둬.”' “뭘 그만둬! 이런 건 버릇을 고쳐줘야 한다고.”'채린이 비웃듯이 노려보자 자존심이 상한 듯 남학생은 채린의 뺨을 또 때렸다. 힘이 잔뜩 실린 폭력에 채린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눈물이 나왔다. 아프기도 했고, 이런 치사한 남자한테 맞았다는 게 비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