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겨울날의 햇살이 좁은 창문으로 수줍게 파고들어 지독한 어둠을 걷어내자, 밝은 여명이 냉기가 가득 찬 방으로 스며들었다. 그러나 파고든 여명이 무색하리만치 냉랭한 공기에 감싸인 방안에는 깊이 잠들어 있는 모자(母子)만이 덩그러니 누워있었다. 파리하게 안색을 잃은 여자와, 그 품에서 불안한 듯 엄마의 옷을 꼭 잡은 꼬마의 모습이 잠자리에서조차 편안해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의 상을 치르고 온 것인지, 잠자리에 들면서도 그 서러운 상복을 벗어내지 못한 여자의 고요했던 눈가가 살짝살짝 움직이며 죽은 듯이 누워있던 몸을 뒤척이기 시작했다. '“아냐, 음, 아니야…… 절대…… 안 돼…….”'괴로운 듯 몸을 뒤틀며 내 뱉는 소리는 말이라기보다 외침에 가까웠다. 마음껏 소리쳐지지 않는 것이 답답했는지 어눌한 말소리에 비해 악몽으로 꿈틀거리는 여자의 움직임 과격했다. 힘이 잔뜩 들어간 여자의 팔 하나가 공중으로 솟아오르자 그때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깊이 잠들었던 아이가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여 그 품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하지만 이미 깊은 악몽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여자는, 매달리는 아이는 안중에 없는 듯 괴로운 몸짓만 더했다. '“싫어……안 돼……흐흑……제발…….”'누군가에게 사정하듯 매달리는 여자가 흐느끼기 시작했고, 그 목소리와 함께 많은 양의 눈물이 여자의 작은 얼굴을 적시며 흘러내리고 있었다.'“엄마, 엄마.”'아직 잠에서 덜 깬 듯 여자의 마른 품 안에서 비비적거리던 작은 아이가 몸을 일으켜 정신없이 중얼거리고 있는 여자의 몸을 무의식적으로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 그런 아이의 행동에도 자신만의 세상에 깊이 빠져있는 여자는 쉽게 현실로 돌아오지 못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엄마를 보며 이미 많이 울어 퉁퉁 부어버린 눈에 또 다시 눈물을 담았다. 엄마의 옷자락을 꼭 잡고 눈물을 흘리는 아니는 돌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믿을 수 없을 만큼 형편없었다. 특히 겁에 질려 탁하게 죽어버린 눈빛과 불안에 파랗게 질린 안색, 쏙 빠져버린 볼 살이 불쌍해 보일 정도였다. '“흐윽, 엄마, 일어나 봐. 응? 윤서 무섭단 말이야. 엄마…….” '아이는 발작하듯 움직이는 엄마의 행동에 작은 주먹으로 엄마의 가슴을 치며 커다랗게 울음을 터트렸다. 자리에 누워 여전히 정신이 없던 여자는 방안을 가득 메운 아이의 울음소리에 악몽에서 깬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엄마, 엄마……나 무서워……엄마.”'여자는 자신의 품으로 파고드는 아이의 절박한 몸짓도 느끼지 못 했는지 멍한 얼굴로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아직도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여자는 초점이 잡히지 않은 눈으로 주변만 두리번거리고 있었다.'“할머니.”'“엄마, 흑흑흑……엄마.”'“윤서야, 할머니는? 할머니는?”'“엄마, 할머니 이제 없어요…….흑흑흑……엄마가 그랬잖아……엄마가 할머니 좋은데……갔다고…… 윤서랑 엄마만 두고……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