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내가 좋아요?”'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너무 작아서 잘 들리지도 않을 것 같은 작은 목소리로 그녀가 그에게 묻고 있었다. 자신이 좋냐고 묻는 그녀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평소의 그녀답지 않은 농염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대답이 궁금한 것이 아니라 마치 자신에게 뭔가를 확인시키기 위한 물음처럼 그녀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속삭이고 있었다.'“응. 당신이 참 좋아. 왜인지 묻지 마. 물어도 답해 줄 수가 없어. 나도 그 이유는 모르니까. 전에도 말한 것처럼 그 호숫가에서 내게 말을 걸어 온 순간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당신의 모든 것이 빛나 보였어. 그렇게 아름답게 빛나는 당신을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그가 마치 고해성사라도 하듯 대답하자 그녀는 그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 마음의 결정을 내린 듯 일어섰다. 그리고 그리 두텁지 않는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아무것도 아닌 나를 좋아해 주는 당신에게 주는 선물이에요.”'그녀 스스로 벗어 던진 옷이 수북이 쌓이고 그녀의 몸에 앙증맞은 속옷만이 남아 있을 때 그녀가 그에게 손을 내밀며 던진 말이었다. 조금 마른 그녀의 긴 손가락이 그의 손가락 사이로 들어와 엉켜 든 순간 그는 마치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지난 몇 달 동안 늘 이런 식의 꿈을 꾸었지만 이렇게 그녀를 앞에 두고 허망한 꿈을 꿀 정도로 그녀에게 미쳐 있는 자신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일이었다.'“이러지 마. 자꾸 날 시험하려 하지 마.”'그의 목소리는 이미 갈라질 대로 갈라져 쇳조각이 긁어대는 것처럼 듣기 민망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마치 현실이 아닌 듯 몽롱해지며 숨은 가빠지고 호흡조차 마음대로 확보되지 않아 그는 헐떡거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에게 그 어떤 행동도 하려들지 않았다.'“날 원한다고 했잖아요? 아니에요?”'“원해. 봐, 지금도 내 손은 당신을 안고 싶어서 떨고 있잖아.”'“그럼……날 가져요.”'그녀는 마치 거룩한 전쟁터로 나가는 십자군처럼 격앙된 얼굴로 그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녀 때문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떨려와 주체 할 수 없었던 그는 그녀가 내민 마약 같은 손을 결국 잡고 말았다.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손이 남아 있던 그의 이성을 무너뜨리고 그녀를 자신의 가슴에 끌어 당겨 안게 했다. 마치 다시는 놓아 주지 않을 것처럼.'그녀의 심장이 그를 유혹하듯 울리고 그녀의 다소 야윈 몸이 그의 속에 숨겨져 있던 야수를 불러냈을 때, 그의 입술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제멋대로 그녀의 입술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아랫입술을 혀로 살짝 핥으며 그녀의 입술을 열자 목에서 올라오는 것 같은 깊은 신음소리가 그의 귀를 때렸다. 마치 남자의 입술을 처음 받아들이는 여자처럼 그녀는 작은 경련을 일으키며 온몸을 긴장시키고 있었다.'입술을 열고 그녀의 입 안으로 들어가 뒷걸음질 치며 도망가는 혀를 낚아채었을 때 그녀의 두 눈은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선 듯 호기심으로 반짝거렸다. 그녀의 보드라운 혀를 자신의 혀로 옭아매고 마치 생명수를 찾는 사막의 나그네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그의 키스는 그녀의 남아 있던 두려움마저 없애버리고 오로지 그의 처분만 기다리는 천생 여자인 그녀로 돌아가게 했다.'“후회하지 않아?”'그가 무엇이 그리 걱정되는 것인지 그녀에게 재삼 확인해 오자 그녀는 그에게 붙잡혀 있는 자신의 혀로 그의 혀를 뜨겁게 감는 것으로 답했다.'“윽.”'외마디 비명처럼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온 신음은 그가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는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었다. 이젠 그에게 그녀를 위해 참아야 한다는 절제 따위는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의 몸을 안아 들고 침실로 들어가는 그에겐 오로지 빨리 그녀의 안에 자신을 묻고 싶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침대라는 가구는 그녀에게 좋은 기억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늘 아프고 견디기 힘든 행위로 인해 고통스러운 기억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침대 위에 그녀를 내려놓는 그 순간에조차 그녀는 아무런 기억도 떠오르지 않았다. 오로지 그녀에게는 자신의 얼굴 앞에 보이는 그의 얼굴만이 전부였고 자신의 몸을 짓누르고 있는 그의 몸이 주는 달콤한 무게가 전부였다.'겨우 입술을 놓아주고 그의 입술이 그녀의 몸을 따라 여행을 떠나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그나마 그런 생각들조차 하지 못한 채 그녀의 머릿속은 이미 새하얘져버렸다. 그의 입술이 하나 뿐인 속옷 위를 지나 가슴의 정점을 혀로 건드리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안에 있던 불꽃 하나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큰 손이 가슴을 감싸던 얇은 천을 걷어내고 잠시 입술이 머물렀던 자리를 대신하여 감싸고 난 후에는 두 번째 불꽃이 또 하나 터졌다.'그가 끝없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 후 조금 도톰한 아랫배 위에 얼굴을 묻고 그곳을 배회하기 시작하자 그녀의 마지막 남은 이성이 그를 저지했다. 아이를 셋이나 낳은 몸이었다. 다른 미혼의 여자와 같을 수 없는 흔적들이 남아 있는 곳이었다.'“그러지……말아요. 보기 흉할 거예요.”'그녀의 말에 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가 아이를 몸에 품었었던 여자였다는 증거를 간직한 그곳은 다른 부위의 그녀의 몸과 달리 약간은 볼록하고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던 적이 있음을 보여 주는 트임들이 눈에 띄었다. 만삭의 몸일 때 아이를 위해 희생한 그녀의 몸이 제자리로 완전히 돌아가지 못하고 살갗이 튼 몇 개의 흔적들은 오히려 그녀가 숭고한 일을 한 여자임을 말해 주는 것 같아 그는 그 흔적들조차 아름답게 보였다.'“아니, 오히려 내겐 아름다워 보여. 당신이 이 작은 몸 안에 아이를 보호하고 있었음을 증명해 주는 것들이잖아. 부끄러워하지 마.”'속삭이며 그녀를 달래던 그는 자신의 아이를 가진 그녀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그녀의 몸을 경배하기까지 했다. 부끄러워 그의 머리를 자꾸만 끌어 올리려는 그녀와 그곳을 지키기는 것이 유일한 사명인 것 같은 그의 다툼에서 승리한 그는 혀로, 입술로 오랫동안 그녀의 아랫배 주변을 맴돌았다. 아이를 가져서 시작한 결혼임을 떠올리게 해주는 상처들이 그녀 안에 움츠리고 있다 그의 따뜻한 입술 덕분에 밖으로 터져 나오고 세 번째 불꽃 하나가 화려한 포물선을 그리며 올랐다.'점차 그의 입술이 다시 아래로 내려가고 그의 손길이 그녀의 몸에 남아 있던 작은 천 조각을 걷어 낸 후부터 그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 기억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그에게 매달려 오로지 터질 것 같은 가슴으로 살기 위해 숨을 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의 몸이 떨어져 나가는 아쉬움에 몸서리를 치며 잠시 동안의 이별도 견딜 수 없다는 듯 몸 안에서 계속 작은 불꽃들이 줄지어 터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