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은 건방진 가정부를 향해 눈을 한번 부릅떠 주고 형 방으로 직행했다. 거긴 텅 비어 있었다. 인성은 2층 욕실 문을 벌컥 열었다. 간단히 샤워를 마친 인태가 수건을 집어 들고 있었다.'“형, 대체 무슨 생각이야?”'“뭐가?”'“‘어제보다 더 예쁘네요.’가 뭐냐고, 젠장. 가정부한테.”'“아 그거? 그게 왜?”'인태는 대충 머리를 털고는 수건을 목에 둘렀다.'“몰라서 물어?”'이렇게 되묻는 인성의 목소리는 무척 짜증스러웠다. 인태는 정말 모르겠다는 듯 눈썹을 으쓱하며 목욕 가운을 걸쳤다. 형을 바라보는 인성의 시선이 가히 곱지 않았다.'“일개 가정부한테 쓸데없는 환상 따위 심어 주지 말라는 거야.”'인성의 핀잔에 인태가 웃음을 터뜨렸다.'“환상은 무슨 환상. 어린 나이에 열심히 사는 게 딱해서 격려해 준 거지.”'“그 계집애가 그래?”'“뭐가?”'또다. 또 저 짜증나는 표정.'“그 계집애가 제 입으로 그러더냐고, 자기 사정 딱하다고.”'“참나, 어제 인사하고 오늘 아침에 본 게 단데, 그럴 새가 어디 있었다고…… 요즘 젊은 사람들이 안 하는 가정부를 다 하는 거 보면 사정 어떤지 답이 딱 나오잖아.”'인태는 자기 방으로 가 수건으로 머리를 털었다. 형을 따라 들어간 인성이 방문을 쾅 닫았다.'“근데 넌, 계집애가 뭐냐? 밑에서 부리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함부로 말하면 못써.”'형의 의젓한 꾸지람을 인성은 콧방귀로 날려 버렸다.'“그 계집애가 얼마나 앙큼한지 알기나 해? 나랑 단둘이 있을 땐 동갑이라고 야, 자 맞먹는 계집애야. 절대 한마디도 안 져. 아주 그냥 눈에 핏발까지 세우고 대들어. 그러다가 남들 앞에선 도련님, 도련님, 콧소리를 내는데…… 아 젠장. 생각하니까 또 주먹이 불끈 쥐어지네. 쪼그만 게 밥은 또 얼마나 많이 먹는지…….”'“동갑이라고? 너랑?” '인태는 동생의 분노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 '“그럼 서른이야? 하, 말도 안 돼. 그렇게 안 보이던데? 훨씬 더 어려 보이던데…….”'인태는 침대에 걸터앉아 고개를 갸웃거렸다.'“아 형, 진짜!”'갑자기 인성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깜짝이야. 왜 인마.”'인성은 인상을 쓰고 턱짓으로 인태의 허리 아랫부분을 가리켰다. 인태의 가운은 허리띠를 매는 둥 마는 둥해서 거의 풀어헤쳐져 있었고 그가 다리를 벌리고 앉는 바람에 치부가 다 드러나 있었다. 인태는 머리를 긁적이며 옷깃을 여몄다.'“미안.” '동생이 아닌 이 집안의 다른 여성들을 향한 사과였다. '“혼자 지내는 게 익숙해서.”'“스트립쇼는 형 오피스텔에서나 실컷 해! 앞으로 여기서는 샤워 끝내고 옷 완전히 입고 나와. 알겠어? 양말까지 신고, 벨트까지 매고 나오라고. 괜히 남 좋은 구경시키지 말고. 아래층에 엉큼한 계집애가 눈에 불을 켜고 있다는 걸 명심하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