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비가 칙칙하게 종일 서울을 적시고 있었다. 오락가락 하던 비가 마침내 천둥 번개와 함께 굵어지기 시작했다. 대낮이었지만 저녁을 연상케 할 정도로 어둠이 내려 앉아 자동차들이 헤드라이트를 켜고 달릴 정도였다.'사람들이 우산을 받쳐 쓰고 종종걸음으로 내달렸고 도로에는 엄청난 양의 물들이 하수구로 몰려 흘러갔다. '그리고 사람의 왕래가 그리 많지 않는 번화가를 벗어난 곳에 위치한 오피스텔의 창밖으로도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리 쏟고 있었다. 요란한 빗소리와 함께 끈적거리는 습기 속에 여자의 비릿한 비음이 들려왔다. 방바닥에는 여자의 벗어놓은 옷가지들이 질서 없이 흐트러져 늘려 있었다. '그리고 달랑 침대와 몇몇 가지 가구들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방안에서는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 속에 여자가 벌거벗은 상체를 가리지 않고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흥분에 들떠 비명을 질렀다. 이미 여자의 유두는 꼿꼿하게 서서 검붉은 포도처럼 빛나고 있었다. '“어서! 어서 지금 해줘! 나 미치겠어!”'그녀는 열에 들떠 남자의 등에 손톱을 세우며 절규했다. 그러나 정작 남자는 조각상 같은 몸을 뒤로 뺀 채 여전히 여자의 유두만 탐닉하고 있었다.'“넌 내 여자야! 넌 내게 길들여진 내 여자야!”'남자가 까칠까칠한 수염으로 이미 단단하게 굳은 젖가슴을 문지르며 주문을 거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여자가 참지 못하고 손을 아래로 뻗었다. 그리고 남자의 단단한 굳은 심벌을 잡았다. '“어서 해줘! 이러다 나 죽어!”'그녀는 심벌을 꽉 지고는 남자의 귓속에 혀를 길게 넣고 속삭였다. 신음과 함께 남자가 꿈틀대며 몸을 세웠다. 그리고 아래로 손을 뻗어 남아 있던 여자의 마지막 헝겊을 벗겨냈다. 이미 잔뜩 물기를 머금은 그녀의 숲은 마지막 향연을 기다리는 애처로운 몸부림으로 흐느끼고 있었다.'단단한 물체가 숲으로 돌진했다. 여자의 몸이 활처럼 뒤로 눕혀지고 그녀의 입에서 단발마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흐흑! 그, 그래! 난 너에게 길들여졌어! 하지만. 하지만…….”'여자의 허리가 숨차게 흔들렸다. 풍만하게 부푼 젖가슴이 물결이 일듯 흔들렸고 단단함을 깊숙이 여민 엉덩이가 급하게 아래위로 흔들렸다. 거친 파도가 휘몰아쳤다. 차가운 에어컨의 바람이 그들의 몸에 닿자 금세 뜨거운 열기로 변했다. 얼마 되지 않아 남자의 등이 땀으로 번질거렸고 입에서는 폭주 기관차의 거친 숨소리가 열기로 가득 찬 방안을 달구었다.'“넌 내 여자야! 넌 어디로도 갈 수 없는 내 여자야!”'남자가 계속 거친 숨소리와 함께 허리를 빠르게 움직였다. 근육이 꿈틀대며 종점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여자의 팔이 그의 목에 감기고 다리는 천장을 향해 높게 올라가 그만 남자의 허리를 감고 죽어가는 소리를 질렀다.'“어, 어떻게 해! 난 어떻게 해야 해! 돌아가야 하는데…… 이젠 그만 돌아가야 하는데…… 악!”'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여자의 몸이 고압에 감전된 것처럼 부르르 떨었다. 거친 남자의 숨소리가 극을 향해 치달았다. 그리고 곧 그는 나무토막처럼 뻣뻣하게 굳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사랑해! 널 사랑해!”'땀과 함께 굳어 버린 그에게서 비장함에 가까운 절규가 터져 나왔다. 여자의 눈에는 어느새 물기가 서렸고 아직 꿈틀대고 있는 남자의 뜨거운 단단함에 그녀는 계속 전신에 힘을 다해 떠받치고 있었다.'창밖에 비는 더욱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나 갈게.”'마지막 남은 옷을 걸치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다스린 규리가 아직 침대에 누워 있는 승민에게 말했다.'“다시는 전화 하지 마. 더 이상 아이 아빠에게 미안해서 얼굴을 들지 못하겠어.”'그러자 그제야 승민이 주섬주섬 몸을 일으켰다. 아직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날 잊을 수 있겠어? 우리가 만난 십년 세월을 넌 그렇게 쉽게 잊을 수 있겠어?”'승민이 싸늘한 음성으로 말하곤 규리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규리가 그의 손을 냉정하게 뿌리쳤다.'“이젠 더 이상 이렇게 살 순 없어! 넌 자유주의자고 난 가정을 가진 아이 엄마야. 우린 서로 맞지 않는 사람들이야. 그러니까 이젠 각자의 길을 가는 거야!”'규리가 웃옷을 걸치고 원룸을 나가려 현관으로 향했다. 그러자 승민이 다가와 그녀를 등 뒤에서 껴안았다.'“잠시만! 잠시만 이렇게 있어. 우린 아직 남아 있는 것이 많아. 넌 내가 첫 남자였고 유일하게 사랑했던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아직은 이렇게 떠나지 마!”'그러자 규리가 싸늘하게 돌아서며 말했다.'“그게 뭔데? 첫 남자가 뭔데? 우린 대학 때 처음 만났고 서로 사랑했지만 넌 내가 다른 사람 품으로 가는데도 말리지 않았어. 그리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나와 함께 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어! 우린 서로 사랑한 것이 아니야. 서로 육체만 탐닉 했을 뿐이야!”'그러나 승민은 규리를 껴안고 어느새 손은 그녀의 가슴을 파헤치고 있었다. '“넌 이런 걸 좋아 하잖아. 우린 서로 구속 받지 않고 즐기는 것으로 합의를 했었잖아. 안 그래?”'그의 손이 아래로 향했다. 이미 다시 발기한 그의 단단한 심벌이 그녀의 엉덩이를 찌르고 있었다.'“넌 날 미치게 하는 여자야! 너의 몸은 뜨겁게 달궈진 용광로야!”'그가 규리의 귀속을 간질이며 뜨거운 바람을 불어 넣었다. '“이, 이러지마! 난 돌아 가야해.”'규리가 다시 스멀거리는 욕정을 눌러 앉히며 소리쳤다. 그러나 승민의 손은 점점 거칠게 그녀의 속을 파고들었다. 규리가 몸을 돌리고는 사정없이 그의 손을 뿌리쳤다.'“이러지 마! 넌 이제 끝이야. 다시는 너에게 나타나지 않을 거야. 날 찾아오지도 말고 우린 이대로 오늘로써 끝을 맺자고!”'그리고는 규리는 현관문을 거칠게 열고 밖으로 나가며 소리가 나게 문을 닫았다. 그녀는 현관에 기대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마지막이라는 승민의 요구는 이제 들어 주었다. 이젠 집으로 돌아가 정숙한 아내와 착한 엄마로 돌아가면 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황급히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리고는 거침없이 지하 주차장의 버튼을 눌렀다.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단단히 결심을 했는데도 그녀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났다. 아직도 그녀의 몸에 남아 있는 뜨거운 정사의 여운이 그녀를 참지 못하게 슬프게 했고 수백 수천 번을 생각했던 승민과의 관계가 과연 무엇이었는지 아직도 알 수가 없었다. 사랑이었을까? 아님 단순한 욕정이었을까? 그녀는 지울 수 없는 지난 십 년의 행각이 결코 의미가 없는 단순한 것이었다고 결론지은 것이다. 그들은 단순히 서로의 욕정을 채우기 위한 동물적인 관계였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그녀는 차에 올라 지하 주차장을 빠져 나오자 굵은 빗줄기가 사정없이 차창을 때렸다. 눈물! 그녀는 손쓸 수 없을 정도로 흐르는 눈물을 그대로 두었다. 빗줄기가 그녀의 눈물을 감춰주며 시야를 흐리게 했지만 그런데도 도무지 무엇이 그녀를 울게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단순히 십 년의 만남이 끝이라는 이유만은 아닌 것 같은데 도무지 눈물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저 추스를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은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전화벨이 울렸다. 급히 눈물을 닦은 그녀가 핸드폰의 발신자 번호를 봤다. 남편인 종민이었다. 그녀는 급히 울음의 흔적을 없애고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전화를 받았다.'“여, 여보세요?”'“나야. 어디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