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나 대학교 35회 동문회’

동문회에 참석하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는 것 같다 생각한 아미는 돌아갈까 맘을 먹고 있었다. 하지만 눈치챈 여우 같은 미진이 만류하는 바람에 나가지도 못하고 애꿎은 샴페인 잔만 노려보았다.

졸업한 지가 6개월이라 하늘 같은 선배들과 같이 있기 어려운 자리니 그럴 만도 했다.

아미는 이제 겨우 광고 회사에 입사한 신입 사원 3개월 차이다. 학교에서 배운 건 정말 밑밥에 불과하다는 걸 요즘 따라 절실히 느꼈다.

학창 시절에도 야간작업 때문에 학교에서 잠들기 일쑤였는데 입사해서는 더한 것 같았다.

눈 밑에 다크서클을 들키지 않으려고 컨실러를 들이부었지만 핼쑥해진 얼굴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대학 동기인 미진이 자신을 보자마자 얼굴이 말이 아니라며 혀를 찬다.

‘나도 알아… 내가 그래서 안 오려구 했는데….’

미진이 꼭 같이 가자고 우겨서 잘 신지도 않는 하이힐을 신었더니 발가락이 살려 달라고 아우성이다.

“아미야 저기 수혁 선배랑 같이 있는 사람 누구지?”

술 때문인지 아니면 수혁 선배 옆에 있는 남자 때문인지 미진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다.

“글쎄… 나도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다른 학부였나?”

마침 수혁과 의문의 남자가 아미와 미진 쪽으로 다가왔다.

“아미랑 미진이 아냐? 이젠 제법 아가씨 티가 나는데?”

“어머? 수혁 선배 우리가 언제는 애였어요?”

미진은 특유의 톡톡 쏘는 말투로 받아쳤다.

“하여튼 윤미진 너는 내 말에 하나도 안 지지?”

“뭐 그게 어디 하루이틀인가? 그것보다 옆에 계시는 분도 우리 동문이세요?”

짙은 감색 슈트를 입은 남자는 자기 이야기에 살짝 눈웃음을 쳤다.

“아, 아냐. 우리 회사 동료인데 동문회 꼭 와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왔지 인사해. 박진욱 씨이고 나이는 나랑 같아.”

“안녕하세요. 박진욱입니다.”

소개를 주고받은 세 사람은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전 윤미진이라 해요. 올해 막 졸업해서 나이는 스물네 살이에요.”

굳이 나이도 얘기해야 하는 분위기인가? 흠… 한숨을 쉬던 아미는 말문을 틔었다.

“강아미예요. 스물다섯 살이에요.”

조심조심 말하는 아미는 괜히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었다. 흠은 아니지만 동기들보다 한 살 많으니 어딜 가도 왜? 왜? 물어보는 이가 많았기 때문이다. 얼굴이 동안이다 보니 다들 같은 연배로 보다가 한 살이라는 나이 차이에서 늘 질문 공세를 받곤 했다.

“친구 같은데 나이가 다르네요?”

이 눈치 없는 남자….

“제가 1년 늦게 들어갔어요. 몸이 안 좋아서 수능 시험도 못 쳤거든요.”

얼굴이 붉다 못해 터지기 일보 직전의 풍선같이 부어오르는 것 같았다.

“하하하 요즘 재수, 삼수가 뭐 대순가요? 일부러도 하는데 너무 부끄러워 마십시오. 제가 괜히 눈치 없이 물어봤네요. 죄송합니다. 아미 씨.”

호탕하게 웃으며 되레 미안하다는 말에 아미는 괜찮다고 했다. 연회장의 갑갑한 공기 탓도 있고 얼굴이 달아오른 것 같아 화장실에 갔다 오겠다며 자리를 뜨는데 미진이 얼른 진욱 옆으로 다가서는 게 보였다. 미진의 여우 짓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파우더룸 거울에 비친 얼굴이 참 안타깝다 싶었다.

눈은 퀭한데 볼은 붉게 달아올라선 아미는 자신이 봐도 이 상태로 계속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미치자 얼른 침대에 몸을 던져야겠다고 맘을 먹었다. 미진과 일행에게 먼저 가겠다고 하고 집으로 돌아온 아미는 따뜻한 물줄기에 몸을 맡겼다. 거울에 비친 마른 몸을 보니 무리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 뼈가 도드라져 보일 정도로 옆구리에는 살이라고는 없었다. 그나마 유전 덕분인지 마른 몸에 C컵 사이즈의 가슴은 더 도드라져 보였다.

태어날 때부터 약했던 아미는 동생이 태어나고 나서야 출생 신고를 할 정도였다.

그녀의 부모와 친척들 거기다 학교 선생님들 마저 그녀에게는 힘든 일 하나 시키지도 않았고 3년의 고교 생활을 겨우 버티다가 수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