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혹 떼러 갔다가 부적 사오다''''오랜만에 검찰청으로 출근을 한 준성은 어색한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다.'현정과 아침에 사소한 일로 토닥이다 혹시나 몰라 부모님 집에 들러 양복으로 갈아입고 나온 길이었다. 그래서 출근시간이 빠듯했고 청사에 들어서는 그의 걸음이 다른 때와 달리 분주했다.'활동이 편한 경비원복을 입고 출근을 하던 때와 달리 목을 조이는 넥타이에 서류가방까지 들고 들어선 청사의 분주함이 익숙해야 했지만, 사람의 습성이란 참으로 요상한 것이었다. 그새 경비복에 익숙해졌는지 왠지 자신의 옷이 아닌 것을 입고 있는 듯한 어색함이 그를 머쓱하게 만들었다.'“김 검사님, 축하드립니다. 어제 한 건 하셨다고요.”'“축하드립니다.”'“드디어 출근하셨네요!”'“네. 네.”'그를 향해 축하의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의 인사를 받으며 준성은 구둣발 소리가 울리는 복도를 걷고 있었다. 방문들을 양쪽으로 둔 그 복도를 걸으며 그곳 중 정확하게 자신의 방을 향해 거침없이 움직였다. '이른 출근을 한 황 검사보가 그를 보고 반가운 듯 다가와 히죽 웃자 아무리 표정이 없다고 소문이 자자한 준성이라도 웃음으로 화답할 수밖에 없었다.'황 검사보는 퉁퉁한 배를 쓰다듬으며 사람 좋은 얼굴로 준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한 인상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동그란 얼굴, 비록 잘생긴 날렵한 콧날은 아니어도 귀염성 있는 코. 그리고 늘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입 옆의 잔주름을 바라보자면 보는 이들까지 유쾌해지는 얼굴이었다.'강력계 검사실 110호. '검사실에 들어선 준성은 황 검사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오자 잠시 걸음을 멈췄다.'“굿모닝!”'“어제 보고 오늘 또 봐도 반갑습니다. 아마도 범인을 검거해서 그렇겠죠, 검사님?”'그와 비슷한 연배라 하더라도 사법 연수원의 선배다 보니 황 검사보는 늘 깍듯하게 존칭을 쓰고 있었다.'“그런가?”'“흑성파를 잡았다고 하지만, 이거 너무 얼굴색이 좋은 것 아닙니까?”'순간 준성은 속으로 움찔하고 말았다. 얼굴에 표가 날 정도로 감정이 드러났다는 건가? 역시 박현정에게 빠지긴 단단히 빠진 모양이었다. '준성은 관찰하듯 바라보는 황 검사보의 시선을 피하듯 서류가방을 책상 밑으로 내려놓고는 헛기침을 했다.'“실없는 소리를 하는 것 보니까 한가한 모양이야?”'“검사님도! 한가하다는 소리가 아니라 먹갈치를 잡아 후련하다는 소리죠.”'“그럼 다행이고.”'어제의 그 긴장된 순간들을 그들은 서로 공유한 상태였다. 거기에서 오는 동질감은 작은 눈빛 하나로도 통하게 마련이다. '준성은 책상 앞에 앉아 자신의 책상과 마주보게 놓인 황 검사보의 책상에 높다랗게 쌓인 서류들을 바라보았다. 말없이 양복 윗도리를 벗어 책상 뒤에 있는 옷걸이에 걸고 이미 준비해놓은 취조 자료를 들여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