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 내가 너한테 못할 짓을 왜 해. 근데 너 그거 알아? 요번에 복학하는 선배들 완전 장난 아니래.”'괜히 나예에게 미안했는지 희연이 나예의 귓가에 장난스럽게 속삭이며 화제를 전환했다. 나예도 더는 영진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평소라면 관심도 없었을 이야기에 장단을 맞춰주었다.'“그래? 어떻다는데?”'“내가 전에 여자 선배들한테 들었는데 연예인 저리 가라래. 진짜 길거리 스카우트도 당하고 그럴 정도라던데? 인터넷에서도 얼짱으로 유명해서 요번 신입생들 중에는 그 선배 보려고 입학한 애들도 있다더라.”'“정말? 그런 사람이라면 진짜 잘 생겼겠다.”'“응. 아마 우리 과 남자들 다 긴장해야 할걸. 그 연예인 치워 버리는 선배가 정연우인가 그렇고 연예인처럼 완전 잘 생긴 건 아닌데 진짜 멋있는 선배가 한명 더 있대.”'“하나도 아니고 둘?”'“어. 그 선배는 뭐랄까 분위기가 사람을 끌어당긴다나. 근데 연우 선배보단 어려워서 친해지기는 좀 힘들대.”'“그래서 그 선배 이름은 뭔데?”'“몰라. 이따 복학생들 소개 할 때 보면 알겠지.”'희연인 멋있는 복학생이 둘이나 와서 신이 났다 보다. 나예는 그런 사람들이 오든 말든 상관없었지만. 남자가, 그것도 그렇게 멋있는 남자가 자신이랑 엮일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형식적인 개강총회가 지루해진 나예는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눈에 들어오는 여학생들 차림이 가관이다. 저렇게 꾸민다고 그 남자가 자기 것이 되는 것도 아닐 텐데. 다 부질없어 보였다.''“그럼 이제부터 이번학기에 학교로 돌아온 복학생들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이제 소개한다.”'사회자의 말에 희연을 비롯한 거의 대다수의 여학생들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일제히 앞을 향해 집중했다. 나예는 별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선배들이라 얼굴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손으로 턱을 받친 채 눈만 움직여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복학생들이 앞으로 올라오는데 확실히 다른 사람에 비해 눈에 띄는 두 사람이 있었다. '“야, 저기 둘 같지 않아?”'나예는 계속되는 희연의 말이 조금은 지겨워져 건성으로 응, 이라고 대답하고는 계속 앞을 쳐다보았다. 확실히 다른 복학생들에 비해 유난히 반짝 거리는 느낌이 있었다. 월등히 솟아오른 키도 그렇고 온몸을 휘감고 있는 아우라가 두 사람을 더 큰 존재로 보이게 했다.'차례대로 한명씩 소개하는데 그 두 사람 중 좀 더 잘생긴 한 명이 앞으로 나오자 아직 고등학생티를 못 벗은 신입생들이 갑자기 환호성을 질렀다. 다른 학년 여학생들은 나름 대학생이라고 조신하게 품위를 지키고 있었지만 마음은 신입생들과 똑같아 보였다.'“무슨 연예인 보러왔냐. 애들은 애들이다.”'“나예야, 들리겠어.”'인생이 걸린 대학이라는 곳을 저렇게 남자 하나와 대학 생활을 같이 하겠다는 헛된 꿈을 가지고 온 애들이 이해가 안 되는 나예다. 거기다 앞으로 학교생활에서 매번 저럴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피해가 올 것 같았다.'“쟤들 공부하러 입학한 애들 맞냐. 앞으로 엄청 피곤해지겠다.”'“맞아. 진짜 저건 엄청난 민폐야.”'나예의 말에 앞에서 공부하던 남학생이 뒤돌아보며 맞장구를 쳐 주었다.'“여기까지 와서 공부하는 너도 이상하거든”'“조용히 해봐. 저 선배 이야기 한다.”'희연의 말에 나예와 그 남학생은 입을 다물고 다시 앞을 보았다. 할 일이 없어진 나예는 말하고 있는 선배를 찬찬히 훑어봤다. 진짜 스카우트 될 정도의 얼굴이다. 남자 얼굴이 저렇게 하얄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특히나 웃을 때 생기는 보조개는 가서 손 한 번 넣어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이 너무나도 기다리신 정연우입니다. 오랜만에 학교에 다시 오게 되었는데 모르는 분들이 굉장히 많네요. 아직 서먹한 건 서로 마찬가지니깐 같은 과로서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잘 지냈으면 합니다. 그리고 특히 우리 여후배님들 그렇게 앉아서 소리 지르는 건 하지 말고 직접 연락하세요.”'마지막 멘트를 여자 신입생들이 있는 쪽으로 윙크를 날리면서 하는데 여자애들은 저걸 보고 쓰러지고 난리가 났지만 나예는 지금 심히 속이 뒤틀리고 있었다. 지가 진짜 연예인인 줄 아네.'“완전 멋져. 나도 신입생 할래.”'“아서라. 완전 바람둥이 상이구만.”'나예는 연우라는 선배에게 이미 빠진 희연이가 못마땅했다. 저런 남자는 영진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거다. '나예가 생각하는 사이 연우 옆에 있는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이미 앞에서 연우의 임팩트가 너무 강해서 그 남자에게는 그렇게 큰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 남자는 그것이 다행이라는 듯이 말문을 열었다.'“안녕하세요. 한현수라고 합니다. 앞으로 함께 학교 다니게 될 모든 분들 잘 부탁드립니다.”'별로 긴 멘트는 아니었는데 현수의 목소리가 퍼지자 장내가 일순 조용해졌다. 단지 입만 열었을 뿐인데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그의 목소리는 엄청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귀로 들어와 가슴을 살짝 간질이는 듯 약간의 허스키함이 묻어 난달까. 주위의 표정들을 보아하니 모두가 반한 것 같았고 그건 나예도 마찬가지였다. 옆에 연우가 없었다면 혼자 독보적으로 튀었을 외모와 목소리여서 연우에게 묻혀버린 것이 아까울 정도였다. '그렇게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는데 순간 현수와 눈이 마주쳤다. 나예는 확실히 자신과 눈이 마주쳤음에도 옆에 있는 희연을 본 것이라 생각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뛰는 심장은 무시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