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프롤로그''''[여신님, 여신님!]'은은한 푸른빛의 옷을 걸친 한 꼬마 아이가 하얀 방문을 두드리며 외치고 있었다. 그는 천제의 시중을 드는 시동으로 하인이라기보다는 천제의 귀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천상의 악동이었다. 천제가 사는 천궁은 항상 시동의 장난으로 몸살을 앓았지만 그 장난을 보고 받는 천제는 허허 웃기만 할뿐 크게 야단을 치지 않아 시동의 장난은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천제에게 그의 장난을 보고하지 않았다. 천제에게 보고를 해봐도 시동에게 아무런 제재가 들어가지 않기도 했지만 그의 장난을 알린 후 돌아오는 보복성 장난으로 인한 피해가 더욱 컸기 때문에 지금은 모두가 그를 피하거나 모른 척했다. '시동은 지금 천제의 심부름으로 운명의 여신을 찾아 이곳 그녀의 방으로 방문했다.'[여신님, 여신님!]'한참을 두드려도 기척이 없자 꼬마 시동은 살짝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여신이 기거하는 운명의 방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금지의 방이었지만 그는 무시하고 들어섰다. 평소에 이 금지된 방이 무척 궁금했던 터라 천제의 심부름으로 여신님을 꼭 찾아야 한다는 얄팍한 이유를 들어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며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섰다. 방안은 한 치의 더러움도 용납할 수 없다는 듯이 온통 하얀색으로 꾸며져 있어서 들어서던 꼬마는 자신이 이 깨끗함을 헤치는 오물덩어리 같은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안 계시나?’'그가 이리저리 둘러보자 방 한쪽에 하얀색 커튼이 바람도 없는데 나풀대며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가 흔들리는 커튼을 조심스럽게 젖히고 들어서자 여러 종류의 붉은 빛깔의 실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붉은 색에 이렇게 다양한 색들이 있는 줄 몰랐던 터라 놀라움에 젖어 엉켜있는 현란한 붉은 실을 정신없이 바라보았다.'‘무얼까?’'그가 실들을 자세히 바라보니 그중 하나의 실 끝이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가 조심스럽게 그 실을 만지자 그것이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인 냥 매끄럽게 그의 손안으로 쏙 들어왔다. 너무 신기한 느낌에 그것을 만지작거리는데 또 하나의 실 끝이 조금씩 꿈틀거렸다. 남은 빈손으로 그것을 만지자 또다시 손안으로 들어와 서로를 향해 다가가기 위해 힘을 쓰는 것이 아닌가? 그 힘에 끌려 그의 양손이 자석처럼 가까이 다가가 그의 가슴 앞에서 만나더니 그 안의 실들이 서로 묶이는 것이 아닌가! '‘이런! 어떻게 하지?’'그렇게 묶인 실들을 가지고 풀려고 그가 애를 쓰면 쓸수록 더욱 단단히 묶여서 풀 수가 없었다. 실을 푸는 데 힘을 쓰던 그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다가 또 다른 실을 건드리고 말았다. 그러자 그가 실수로 건드린 실이 움직여 이미 묶인 실 쪽으로 먹이를 낚아채는 뱀처럼 다가오자 그것을 피하기 위해 묶인 실을 들고 일어서다 그만 자신의 발들이 서로 엉켜서 붉은 실들이 뭉쳐진 곳으로 풀썩 넘어져버렸다. 마치 바다에 빠진 사람처럼 양팔을 허우적대던 그의 귀가에 놀란 소리치는 여신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의 몸은 그 상태로 딱딱한 동상처럼 굳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