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그리다 [01]''''홍대 앞 라이브 클럽 안. 대기실로 보이는 작은 공간 안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듯, 악기를 다듬는 모습들이 부산스럽다. 그들 중, 진한 스모크 메이크업에 펑키스타일의 옷차림을 한 여자가 초조한 표정으로 입을 열어 볼멘 목소리를 낸다.'“아씨, 얘 왜 이렇게 늦어. 여기 못 찾는 거 아냐.”'“택시 타고 올 거 아냐, 서울 시내 택시 기사 중에 설마 여기 모르는 사람 있겠냐.”'기타를 손보던 남자가 여자를 진정시켜 볼 심산으로 한마디 해보지만, 여자의 초조함을 진정 시키기엔 역부족인 모양이다. 남자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여자는 핸드폰을 집어 들고 전화를 걸어보지만, 상대방이 받지 않는지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집어 던진다.'“아, 안되겠다. 나 입구에 나가봐야겠어.”'“야! 이제 금방 시작인데 어딜 나가!”'이미 대기실 문을 열고 입구를 향해 발걸음을 놀리고 있는 여자에게 남자의 외침이 들릴 리 없다.''“아저씨, 정말 여기가 맞아요?”'“그렇다니까 그래. 요즘 젊은이들 여기 모르는 사람 없더구먼, 아가씨는 여기가 처음인가 보이. 맞게 왔으니까 걱정 말고 내리더라고.”'“네. 여기 요금이요. 감사합니다.”'택시가 도착한 곳이 자신이 말한 목적지가 맞는 건지, 못미더워하던 여자가 택시기사의 대답에 불안한 표정을 거두고 예의바르게 인사를 건넨다. '클럽 입구에 서서 연신 지나가는 택시들에 눈길을 주고 있던 여자 앞에 모범택시 한대가 서고, 그 안에서 자그마한 체구의 여자가 내린다. 택시에서 내린 여자가 기다리던 사람이 맞는 듯 연신 초조해 하던 여자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야! 이것아! 언니 목 빠지는 줄 알았다!”'등 뒤에서 들려오는 외침에 흠칫 놀라며 뒤돌아보는 여자의 얼굴에도 이내 미소가 걸린다.'“미안. 길이 막히더라고. 근데, 하현이 맞아요?”'여자의 실없는 질문에 하현은 ‘피식’ 작은 웃음을 터트린다. 자신의 메이크업과 옷차림이 이 친구에게는 못내 당황스러울 터. 하현은 새삼스레 자기 앞에 서 있는 친구의 모습을 훑어본다. 투명해 보일만큼 하얀 피부에 조막만한 얼굴. 그 안에 눈, 코, 입이 모양 좋게, 자리 잡혀 있고, 얼굴 생김새에서 풍기는 청순한 이미지 그대로 차림새 또한 단아하기 그지없다. 허리께에서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는 헤어밴드로 단정하게 처리했고, 복숭아 빛 샤넬라인 원피스에 앙증맞은 리본이 달려있는 플랫슈즈까지. 정말이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아함과 우아함,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새삼 친구의 모습을 훑던 하현이 이내 시선을 거두고, 친구의 손을 잡아 클럽 안으로 이끈다.''여자는 클럽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인디 락 밴드의 공연이 주류를 이루고 또, 그러한 음악을 즐기러 온 사람들답게 클럽 안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펑크스타일 일색인 반면, 여자의 차림새는 시선을 잡아 끔과 동시에 이질감을 느끼게 하기 충분하다. 차림새만으로 시선을 끄는 것만은 아닌가 보다. 처음엔 자신들과 ‘다름’에 호기심 어린 시선을 던지고, 다음엔 여자의 인형 같은 외모에 반해, 거두었던 시선을 다시 던지는 사람들. 자신에게 꽂히는 시선들이 못내 불편한 여자는 그저, 하현이 시키는 대로 bar에 얌전히 앉아 무대 쪽에 시선을 꽂고 있을 뿐이다. '“하현이 친구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