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me II - (백투더퓨쳐)''''누구나 한번쯤은 돌아볼 것 같은 키가 크고 예쁘장하게 생긴 늘씬한 아가씨가 씩씩거리며 팔을 활기차게 내저으며 거리를 달리다시피 지나가고 있었다. 그녀의 까만 눈동자는 슬픔으로 가득 차 있어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지나치는 거리의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아가씨! 액세서리 하나 사지.]'그런 그녀의 팔을 거리에 좌판을 펼치고 있던 늙은 노파가 붙잡았다. '[됐어요. 필요 없어요.]'그녀는 힐끗 쳐다보다 잡힌 팔을 빼면서 냉정하게 말하고 무심히 앞으로 다시 걸음을 내디뎠다.'[자네 얼마 살지 못 하겠군. 곧 죽겠어.]'[뭐라고요? 할머니, 무슨 그런 악담을 하세요. 아무리 그런 액세서리를 안산다고 해도 그렇지. 얼마 못산다니요?]'너무 지나친 노파의 말에 그녀의 발걸음은 저절로 멈추었고 늙은 노파가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와 좌판이 펼쳐진 앞에 서서 화를 냈다. 하지만 노파의 악담은 계속되었다.'[이번 인연은 자네 인연이 아냐. 잘못 만났어. 잘못 만난 인연이 자네를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네. 한 번은 벗어나가겠지만 그 다음은 끝이지. 억울하지 않아?]'[됐어요. 그렇지 않아도 화가 머리끝까지 난 사람에게 무슨 헛소리예요?]'[새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아? 네 짝은 딴 곳에 있다.]'추레한 몰골을 한 늙은 노파의 모습을 자세히 본 그녀는 시골에 계신 늙은 친할머니와 부모님이 생각이 났다. 며칠은 굶은 것 같은 퀭한 모습에 얼마나 돈이 필요하면 저런 심한 소리까지 해가면 거리의 손님을 붙잡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파왔다. 개 같은 일을 겪었지만 그래도 노인공경의 마음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에 그녀는 앞의 늙은 노파를 도와주기로 생각했다. 한 만 원만 쓰면 되겠지. 거리 액세서리가 비싸면 얼마나 비싸겠어. 그녀는 그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아휴! 정말…… 알았어요. 그런 황당한 이야기 그만하세요. 이것 하나 사드리면 돼요? 앞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런 악담 같은 것 하지 마세요. 저같이 그냥 넘어가는 순한 사람들만 있는 것 아니에요.]'[됐어. 자네 몫은 이거야.]'[브로치?]'[그래, 이게 딱 자네 거지.]'[할머니, 물건도 제대로 고르지 못하게 하고 그러면 안 되죠. 선택은 제가 하고 싶은데……. 이것은 어때요? 어울려요?]'여자는 액세서리들 중에서 붉은 빛이 나는 작은 물방울 귀걸이를 손에 들고 자신의 귀에 대보며 물었다. 늙은 노파의 주름진 손이 매섭게 그녀의 손목을 때렸다.'[그게 아니라니까. 거참 나이 먹을 데로 처먹은 말만한 처자가 고집이 황소고집이네. 그러니까 아닌 길도 무식하게 앞으로 나갈 생각만 하지. 때로는 아니다 싶으면 돌아갈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야!]'[뭐, 고집은 있지만, 그 정도는…….]'[자네 것은 이거야. 안 사려면 가. 나도 더 이상 잡지 않겠네.]'[에이, 알았어요. 다 죽어가는 몰골로 저한테 안 팔면 굶어죽게 생긴 것 같은데…… 알았어요.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 괴상한 브로치로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