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소복도 없었다. 화려한 장식을 한 것도 아닌 허름한 나무 관, 거기다 조문객이라고는 간간히 비치는 낯익은 사람들의 모습뿐이었고, 나머지는 달랑 식구들만 모여 슬픔을 토해내고 있는 하나의 황량한 이별의 장소였다.'애끓는 모정으로 오열하는 찬영의 어머니는 마지막 가는 아들의 관을 부여잡고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잘못했으면 살인자의 오명으로, 더 이상 추락할 수 없는 바닥을 쳤을 짧은 인생. 불쌍한 인생을 살고 간 그를 이승의 미련이 놓아주지 않는 모습에 나는 다시 울컥 가슴에서 뭔가가 치솟았다.'“찬영아! 아이고, 이놈아!”'검은 띠가 둘러져있는 사진 틀 속에서 해맑게 웃는 찬영의 모습은 나에게는 낯설었다. 늘 뭔가에 굶주린 듯 눈빛을 번뜩이며 갈구하던 그의 희번덕거리던 모습이 더 익숙해 있었다. '목적을 위해 이용해야 했고 그럼에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채연과 그녀가 놓을 수 없는 윤석을 죽이고 함께 자살을 하려고한 그의 마지막 선택이 미수에 그쳤음이 난 지금도 아쉽다. '가난에 허덕이면서 신분상승을 노렸던, 거침없이 앞으로만 달리던 찬영이 결국 사랑 앞에서는 나약해질 수밖에 없었던 인간이었기에 그에 죽음은 나에게 지독한 배신감만을 안겨줄 뿐이다. '바보 같은 남자, 그리고 못난 남자!'그 남자는 목적을 위해 이용하려던 채연을 사랑해 버림으로서 스스로 자멸의 길로 걸어 들어갔다. '하지만 그 누가 나만큼 그 남자의 진심을 알아줄까! 오직 나뿐이다. 그가 나이고 내가 그이기도 하니까.'“찬영아! 찬영아… 아이고오 찬영아아!”'무덤에 자란 한 포기의 잡초를 직접 뽑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아픔의 깊이를 느낄 수 없듯이 애절한 찬영 모친의 통곡은 나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나는 사람들의 쑥덕임을 뒤로 하고 찬영의 관을 따라 움직이는 그의 가족들을 무감각하게 지켜보았다.'“왜 왔대?”'“누구야?”'사람들의 시선과 손길은 나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마지막 가는 사람의 길을 배웅 하려고 작정을 하고 온 길이, 그들을 더욱 당황하게 만든 것 같아 마음은 좋지 않았지만. …하긴 가해자 집에 와서 조의를 표하는 피해자는 없으니까.'하! 피해자라….'난 정말 찬영에게 피해를 입은 것이 있던가? '없었다. 오히려 득을 볼 뻔했다. 더 솔직하게 말을 한다면 그가 채연과 윤석을 죽이고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부질없는 욕망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 욕망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그가 못했으니 내가 할까? 그 둘의 죽음을 내 손으로 이룬다, 그 유혹은 지독히도 달콤하게 날 자극한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난 그들의 죽음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