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트리 Lemon Tree

1

“나…….”

서류를 덮은 한이 말했다. 한을 기다리던 친구가 한을 보았다.

한은 쑥스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한의 말에 친구가 고개를 갸웃했다. 한은 사람을 잘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다.

그런 한이 사람을 좋아하다니.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니…….

“……누구?”

친구가 한참만에야 한에게 물었다. 한이 답답하다는 듯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말 좀 빨리 해.”

“너도 느리게 했으면서!”

친구가 한에게 윽박을 질렀다. 어릴 적부터 함께해 온 친구다. 한과 친구는 편한 사이였다.

“요 앞에 카페에서 알바 하는 애 있잖아.”

“그렇게 하찮게 여기지 마.”

“누가 그렇대?”

“너 원래 그러잖아.”

은의 말에 한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적 한 번도 없다. 그렇게 보였다면 미안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항상 이런 식으로 사람을 주눅 들게 한다. 저 지은이라는 녀석.

“그러면서 살살 구슬려서 따먹으려고 하잖아!”

은의 말에 한이 충격을 받았다.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 여긴 내 건물이고, 나한테 돈 줘가면서 장사하는 사람이 운영 하는 곳에서 한 명 괜찮은 사람을 봤다는데 네가 왜 그런 식으로 표현을 해?”

“……됐어.”

“됐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이야!”

한이 은에게 소리를 질렀다.

“내가 사람을 좋아한다는데, 그게 불만이야?”

“불만은 아니야.”

그때, 똑똑! 노크 소리가 울렸다. 한과 은은 대화를 중단했다.

“들어오세요.”

비서가 안으로 들어와서 서류를 놓고 갔다.

“앞으로 결재 받을 때, 직접들 오라고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비서가 허리 숙여 인사를 하면서 밖으로 나갔다.

“싸가지 없긴!”

은이 한에게 대들었다. 한은 은이 저럴 때마다 정말 난감하다. 어떤 식으로 대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정말…….

진지한 사람의 마음을 저렇게 무참히 짓밟아 버리다니 정말로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너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지 마. 회사 일이야.”

“내가 뭘 어쨌는데!”

“내가 사장이라고!”

“내가 사장이라고오!”

은이 한과 똑같이 소리를 질렀다. 한이 이 회사 사장이다. 은은 아니고……. 그런데 은은 매일 이 부분에서 한과 같이 소리를 지르곤 한다. 부부가 되고 싶은 건지 뭔지. 너무 오래 친구로 지내서 이젠 가족처럼 여겨지는데, 여기서 뭘 더 바라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한과 은은 육촌 사이다.

“하여튼 가보자.”

“어딜!”

“내가 좋아하는 사람 생겼다고 그랬잖아! 걔 보러!”

“흥! 따먹으려고!”

“아냐! 아냐! 안 따먹어!”

“거짓말! 나중엔 따먹을 거잖아!”

은이 우수에 젖은 눈으로 한을 보았다. 한이 난감한 표정으로 은을 보았다. 사랑을 하면 그런 짓은 할 수 있지.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굴고 그래……. 애기처럼…….

“너 자꾸 그러지 마.”

“내가 뭘 어쨌는데!”

“자꾸 그러잖아, 네가!”

“뭘 어쨌는데!”

절대로 안 진다. 지은. 진짜 널 어떡하면 좋니.

“널 사랑하면 바보다, 바보. 으이구. 그러니까 애인도 없지.”

“너도 없잖아! 너도 없으면서 뭘 그래!”

은이 마구마구 내뱉으며 한에게 다가섰다.

“난 이제 생길 거잖아.”

“카페 여종업원 한 명 좋아하면서 허세는!”

“허세라니! 너는 이런 사람이라도 있어?”

“없어! 없어! 없는 게 낫지!”

“없는 게 뭘 나아. 있는 게 낫지. 손맛이 아주 좋아.”

한은 뜬금없는 말을 날리고 말았다.

“손맛이라니! 나중에는 잠지 맛도 보려고 그러지? 어?”

“아니야, 인마. 하여튼 가보자.”

“싫어! 안 가!”

은이 고집을 부린다. 이 녀석을 데리고 가야 분위기가 좋아지는데……. 귀여운 고양이 같아서…….

“안 데리고 가면 또 삐칠 거면서!”

“흥! 안 삐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