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무아!”'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무아는 숙였던 허리를 쭉 폈다. 멀리서 한 소녀가 붉어진 얼굴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크게 손짓했다. 무아는 방긋 웃으며 하루 종일 수확한 약초가 든 바구니를 옆구리에 끼고 그 소녀를 향해 걸어갔다. '“숨 넘어 가겠다. 아리솔 무슨 일이야?”'한 걸음에 가까이에 달려 온 아리솔은 숨을 헐떡이면서도 무언가 기분 좋은 비밀을 숨긴 어린아이처럼 웃었다. '“아마 지금 내가 가져 온 소식을 들으면 네 숨이 넘어 갈걸?”'아리솔의 말에 무아는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무슨 일인데 그러는 거야?”'아리솔은 더욱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녀 주위를 빙글 돌았다. '“뭐 어차피 곧 알게 될 텐데……..그 보다 하루 종일 약초를 캔 거야?”'아리솔은 슬쩍 말머리를 돌리며 무아가 들고 있는 바구니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응. 하유(夏瑜)……. 아니, 신녀님이 매일 이곳에서 작업 하시는 걸 보고…….”'그렇게 말하며 무아는 수줍은 듯 미소 짓는다. 하유를 떠올리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어느새 동경의 빛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그녀는 가슴이 설레일 만큼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하유는 이런 촌구석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아름다웠고 정결했으며 고귀했다. 아기 피부와 같이 곱다는 비단처럼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보드랍고 차분한 음성과 미소, 무엇보다 해박한 지식은 그녀를 까마득하게 높은 구름위의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마을 어른들은 노인이든 아이든 간에 모두를 공평하게 대했지만 그녀만큼은 특별하게 대하였다. 하유가 마을의 하나밖에 없는 신사를 지키는 신녀라 하더라도 유달리 다르게 대했다. 하지만 이 마을 어느 누구도 그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그만큼 특별했다. '처음 하유를 봤을 때처럼. 무아는 하유를 처음 본 순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신사 앞에 안개마냥 흐드러지게 핀 하얀 야생화 군무 속에서 눈처럼 깨끗하고 정결한 녹아내릴 듯 아름다운 낯선 여인이 낯선 그림자와 마주 서 있었다. '아직 어려 아름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던 무아였지만 하유를 본 순간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적절한 표현을 찾아 헤매던 어린 그녀는 자신의 감각 중 가장 달콤했던 기억-꿀과 같다는 생각을 떠올렸고 한참이나 부족하지만 그 이상 더 적절한 찬사를 찾아낼 수 없었다. 어렸던 자신을 하유는 단번에 사로잡았던 것이다. '그리고 하유 앞에 서 있던 낯선 그림자. 무아가 보아왔던 어떤 이들과도 달랐다. 키는 한참 컸으며 어깨는 넓었다. 그는 무아가 기억하는 최초의 남성이었다. 하유는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웃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꼬리에는 긴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 '슬픔을 간직한 채 비감어린 미소를 짓는 그녀는 살아 움직이는 그림과 같아서 무아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그 두 사람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오랫동안 비워졌던 마을의 신사는 하유가 지키게 되었다. 그렇게 그녀는 마을의 일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