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띵’ 하고 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리자 연수가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 보였다. 안에 있던 기현도 연수를 보자 멈칫 놀란 듯 잠깐 움츠렸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가 내리고 연수가 그의 옆으로 스치듯 안으로 들어가 섰다. 그는 연수를 보다가 그녀의 팔목에 매달린 봉지 안에 든 맥주를 보더니 작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 모습에 연수가 작게 입을 삐죽거렸다. '‘난 분명 진실을 말했다. 이 떼놈 빤스를 삶아 먹은 인사야!’ '연수가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층을 누르고 닫힘 버튼도 눌러 버렸다. 문이 닫히려고 하자 기현이 손을 뻗어 문이 닫히는 것을 막았다. 손으로 엘리베이터를 잡은 채 연수를 바라보았다. 그의 행동에 연수도 놀란 토끼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쏘아보는 남자에게 연수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말했다. '“뭐, 뭐예요? 뭐 할 말 있어요?” '“그거!” '기현이 눈짓으로 연수의 팔목에 매달린 봉지를 가리켰다. '“이게 뭐요?”'“내가 말하지 않았니? 술 먹지 말라고.” '“이 아저씨가! 나도 말했죠? 내가 알아서 할 나이라고.” '그녀의 말에 기현이 그저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엘리베이터를 붙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 연수의 볼을 살짝 꼬집고는 말했다. '“그만해라. 나이 어리다고 무시하지 않을 테니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어.” '연수가 그를 살짝 노려봤다. 그를 노려보는 연수의 눈빛이 이상스럽게 반짝였다. '‘오해! 그렇게 하고 싶어? 원 없이 하게 해주지.’'연수는 그를 향해 살짝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진짜 무시하지 않을 거예요?” '생각지도 못했던 연수의 반응에 기현이 살짝 놀라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자신의 말은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것에 화가 나면서도 그녀의 미소만 보면 속절없이 그 화가 사라져 버리니 문제였다. 그냥 편하게 모른 체하면 편할 것을 그것도 불가했다. 진퇴양난. 기현은 갈팡질팡하는 자신의 마음에 당황스럽고 슬며시 짜증도 올라오고 있었다. 잔뜩 찌푸리고 있는 그를 보며 연수가 더욱 빙긋 웃더니 그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기를 종용했다. '“내가 아저씨한테 긴히 할 말이 있는 데요…….” '잦아들어가는 그녀의 목소리와 손짓에 기현이 연수의 가까이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그녀가 무슨 긴요한 이야기라도 할 것 같아 귀를 쫑긋 세웠다. 기현은 귓가에 연수의 숨결이 가깝게 느껴지자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싱그럽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자신의 향취가 아닌 자신을 매혹시키는 향기가 기현의 후각을 자극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던 기현에게 정말 눈을 동그랗게 뜰 일이 발생했다. '“아저씨 제가 진짜 고딩이라면 고딩이랑……이러고, 이제 어떻게 하실래요?”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그의 입술에 부드러운 연수의 입술이 느껴졌다. 기현이 놀라 멈칫하는 사이 연수는 그의 육감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아랫입술을 살짝 빨더니 정신도 수습하지 못한 기현의 가슴을 세게 밀었다. 순간 그는 연수의 밀침에 의해 엘리베이터에서 밀려나며 문이 닫혔다. 기현은 재미있다는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는 연수가 문 사이로 사라지는 것을 놀란 눈으로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아 버렸다. '놀라 그는 손을 들어 자신의 입술을 만졌다. 그녀의 입술이 닿았던 곳에 손을 대는 기현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 키스라고 할 수도 없는 그렇다고 단순한 입맞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강렬한 기억의 잔상을 남기는 접촉이었다. 기현은 자신의 심장이 거세게 뛰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