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사장님. 사람 대 사람으로 말해도 되겠습니까?”'“말해 보세요.”'미처 생각지 못했던 사실인데, 다섯 살이나 많고 이 호텔의 사장이라는 자가 저런 존댓말을 쓰는 것부터가 처음부터 이 도발의 끝이 예상되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그래요. 제가 주제도 모르고 사장님께 덤빈 건 인정하겠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뺑뺑이 교육은 그만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순간, 태주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서로 팽팽하게 잡고 있던 고무줄을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놔준 기분이랄까? 그걸 깨닫기 시작하자 허탈감이 그의 마음으로 치고 들어왔다.'“갑자기, 궤도를 변경한 이유는?”'정말 궁금한 호기심이 태주의 이성을 대신해서 그녀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추복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순간, 태주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 눈빛이다. 자신을 불쌍하게 바라보는 그 눈빛, 진한 동정의 눈빛……. 그게 추복의 대답이었다.'“사장님,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그렇게 정중히 인사한 추복이 그 별실의 문고리를 잡았을 때였다.'“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 눈빛의 대답에 대해서…….”'태주는 이 질문이 자신에게 패착의 결과를 가져온다 할지라도 질문하자 마음먹었다. 계속해서 신경이 쓰이는 것보다 차라리 이편이 나았다. 태주의 질문 때문에 추복의 그 눈빛이 다시 그에게 향했다. 태주도 이번에는 그녀의 눈빛을 온전히 받아내며 대답을 기다렸다.'“어둠 속에 갇혀 있는 사람에게 보이는 건, 깜깜한 밤이 전부겠지요.”'“…….”'“그 사람 옆에,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 만개한들…… 그 꽃이 보일 리가 없잖아요.”'“…….”'그녀의 대답에 태주의 눈썹이 티 날 정도로 꿈틀거렸다. 그답지 않게 눈빛도 흔들렸다. 그렇게 대답한 뒤 다시 정중히 인사하고 나가는 추복의 모습을 태주는 길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방금 그녀가 해준 말이 그의 가슴에 맺히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 앞에서 이토록 발가벗겨진 기분은 처음 느껴 보는 태주였다. 저 여자, 어찌 만날 때마다 한 방씩 먹인다. 추복에게 맞은 강펀치로 뒤통수가 얼얼하던 태주는 그제야 알 수 없는 깊은 한숨을 내뱉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