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오랜만에〈윌로우즈〉에 나타났다. 다니엘은 지배인석에서 시선을 든 순간 깜짝 놀랐다. 비록 손님들을 대할 때처럼 밝게 웃고 있었지만, 심장은 사정없이 뛰기 시작했다. '놀라운 일이야. 전혀 기쁘진 않지만. 그녀는 이렇게 생각함으로써 간신히 가슴을 진정시켰다.'디크 올리버의 모습은 예전과 변함없었다. 너무나 낯익은 모습. 키가 크고 잘 빠진 몸, 검고 윤기나는 머리칼, 청어 가시 무늬의 꼭 죄인 재킷, 마치 로마의 조각상처럼 정교한 얼굴…. 잘생긴 외모만큼 마음도 아름다웠다면 디크 올리버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 되었을 것이다. '「안녕, 다니엘. 두 사람이 앉을 테이블을 마련해 줘요」디크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느릿하며 감각적이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로 흘러내리는 달콤한 설탕처럼. 다니엘이 들어본 중에서 가장 섹시한 목소리였다. 이제는 그 목소리도 그 남자가 으레 사용하는 무기라는 걸 알아 버렸지만. 여자를 유혹하기 쉬운 그의 목소리는 사실 직업적이었다.'내가 머리를 옆으로 흔들면서,〈예약하지 않아 테이블을 지정해줄 수 없는데요〉라고 하면 저 남자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나를 밀치고 들어가 마음대로 테이블을 골라 앉을 테지.'「물론이죠」다니엘은 그를 향해 상냥하게 웃었다.「디크, 당신을 무시할 수야 없죠. 잠시 당신이 가장 좋아한 테이블이 어디였는지 생각하는 중이었어요. 잊어버린 걸 용서해요」'디크의 옆에 서 있던 여자가 미소를 지었다.「디크, 점심식사를 밖에서 한 게 그렇게 오래됐어요?」'다니엘은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들어온 이후 처음 여자가 디크 옆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여자는 샴푸광고에나 나올 듯한 샛노란 금발머리였다. 노라였다. 다니엘은 그 여자에게 인사했다.'「안녕, 노라. 당신이 고향에 돌아왔다는 얘기는 들었어요」소문엔 그 여자가 이혼하기 위해 귀향했다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다니엘은 메뉴판 두 개를 집어들었다. '아직 점심시간이 아니었으므로 음식점은 그렇게 붐비진 않았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따로 떨어진 구석자리를 내주었다. 이건 옛날에 우리가 함께 식사했던 테이블이야. 다니엘은 짧은 순간 그런 생각을 했다. 그 자리를 그들에게 내주고 싶지 않았지만, 괜찮은 자리는 그곳뿐이었다. '「완전히 잊어버린 건 아닌 것 같소」디크가 슬쩍 다니엘을 보면서 말했다. 곧이어 그는 함께 온 여자에게 의자를 빼주었다. 다니엘은 은근히 속상했다. 만약 내가 다른 좌석으로 안내한다면, 디크는 또 추억을 나 혼자만 간직하려 한다고 말하겠지. 그녀는 잠자코 두 사람에게 메뉴판을 건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