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우씨는 20대의 건강한 여성이었습니다. 다른 멤버들은 소우씨가 여자인 걸 몰랐다 치더라도, 소우씨는 다른 멤버들을 보며 성적인 욕구가 들거나 하지는 않았었나요? OMG 멤버들은 늘 애인으로 두고 싶은 연예인 1, 2, 3위를 차지할 만큼 매력적인 남자들이니까요.” '한 기자의 짓궂은 질문에 OMG 멤버들은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딱 보기에도 감정이 없어 보이는 소우가 그런 생각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다니…….'건은 속으로 그 기자를 향해 말했다. '‘난 소우가 남자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욕구를 가졌다, 븅신아.’ '여자가 들으면 상당히 민망하고 당황할 만한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소우는 아주 작은 동요도 없이 답했다. '“당신은 여자만 보면 그런 생각을 하시나 보죠?” '소우의 말에 기자가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물론 아닙니다. 소우씨도 남자만 보면 그런 생각을 하시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OMG 멤버들과는 한 집에서 오랫동안 함께이지 않았습니까?”'“네. 한 집에서 오래였습니다.” '“…….”'“…….”'기자는 그 뒤에 말이 더 이어지기를 바라는 듯 소우를 쳐다봤지만, 소우의 대답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럼 세 번째 질문 끝났습니다.” '소우의 말에 기자들은 “아차!” 했다. 딱 10개의 질문 중, 1개를 너무 무의미하게 사용해버린 것이다. 기자들이 항의를 했지만, 소우는 '“제가 신중히 질문해달라고 하지 않았나요?”'라는 말로 그들의 항의를 일축해버렸다. '뒤에서 OMG 멤버들은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소우의 처신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들을 속이고 잘못한 건 소우인데, 오히려 쩔쩔매는 것은 기자들이라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그동안 기자들은 OMG를 너무 괴롭혔기 때문이다. '“역시 소우야, 그치?” '현욱이 건의 귀에 속삭였다. 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우가 OMG가 된 후로 우리 OMG는 다른 사람들에게 비굴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 '“맞아. 크큭.”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기자들은 좀 더 신중하게 질문을 선택하여 소우에게 물었다. '“사실 남장이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걸릴 기회가 많이 있었겠지요. 그런데 소우씨는 윗옷을 벗고 찍는 CF라던가, 남자의 목소리를 무리 없이 소화해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를 알고 싶습니다.”'“저의 오빠가 연구자입니다. 저를 위해서 음성 변조기와 사람의 피부와 똑같은 재질의 남자 가슴을 만들어주었지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걸리지 않고 오랫동안 남장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친오빠인가요?” '“네.” '“그런데도 자기의 여동생을 남자들이 득실거리는 소굴로 보냈단 말씀입니까?” '“네. 보냈습니다. 여섯 번째 질문 끝났습니다.” '이번에도 너무 어이없이 두 개의 질문이 지나가 버렸다. 친오빠인지, 남자의 소굴로 보냈냐는지에 대한 질문을 한 기자는 다른 기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소우는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기자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제 네 개의 질문. 기자들은 혹시라도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까 싶어 침을 꿀꺽 삼켰다. 소우는 어떻게 행동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다른 연예인들이라면 자기의 연예인 생명을 위해서라도 기자들에게 나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애쓸 것이다. 하지만 소우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기자들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소우는 자기의 생각과 마음을 숨기지 않고 행동으로 드러내는 성격이었다.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지탄받을 행동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소우는 개의치 않았다. 신인 때부터 그런 행동을 해왔던 소우이기에 지금이라도 달라졌으리란 법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10개의 질문만 받겠습니다.”라고 말하고서도 다른 질문들을 받아줄지 모르지만, 소우는 딱 10개의 질문만 받고 끝낼 것이 분명했다. '“유명해지고 싶은 겁니까, 정말로 노래를 좋아하는 겁니까?” '그 기자는 다른 기자들의 날카로운 눈길을 받았다. 여기 기자들은 소우의 남장 생활에 대한 질문을 하러 온 것이지, 소우의 음악 세계에 대한 질문을 하러 온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음악에 대한 질문은 아무 때라도 할 수 있었다. '소우는 그 기자를 향해 호의적인(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여전히 차가운) 미소를 보이고는 말했다. '“노래를 사랑하기 때문에 유명해지고 싶습니다. 우리의 노래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음악 공부를 따로 하셨나요?” '“아버지가 음악 하시는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음악은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속인 것에 대해 팬들에게 하실 말씀은 없으신가요?” '그 기자가 자꾸 음악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기자가 얼른 끼어들어 물었다. 소우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기자들을 보고 있던 OMG멤버들은 소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은 소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소우가 팬들에게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정확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속인 것에 대해서 무척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이번에 아주 많은 팬들이 OMG를 떠났을 텐데, 그것에 대해 OMG에게 미안한 생각은 없습니까?” '“OMG의 외모와 성별이 아닌, OMG의 노래를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분명 다시 돌아올 거라고 믿습니다. 우리 OMG의 노래는 바뀌지 않았으니까요. 영영 떠나버린 이들은 진정한 팬이 아니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기자들이 얼른 질문을 하려는데, 소우가 한 손을 들어 제지했다. '“질문 10개를 전부 다 받았습니다. 이제 질문은 받지 않습니다.” '웅성웅성-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소우는 기자들이 조용해지기를 기다리려는 듯 가만히 서 있었지만, 기자들의 소란은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소우는 소란스러운 와중에 말했다. 크지 않은 목소리였기 때문에 소우의 말을 듣기 위해선 기자들이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우리 OMG는 우리의 노래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해외 진출을 하려고 합니다. 아마도 1~2년 정도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이 없을 겁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우리 OMG를 기다려 줄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한국에 돌아올 땐, 지금보다 더욱 뚜렷한 색을 가진 노래를 하는 OMG가 되어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OMG가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것은 OMG와 성민밖에 모르는 일이었기에, 기자들은 뒤통수를 맞은 표정으로 소우를 쳐다봤다. 이런저런 입소문이 많은 연예계에서 OMG만큼 갑작스럽게 뒤통수를 치는 그룹은 이제까지 없었다. '기자들은 해외 진출에 대한 것을 물어보기 위해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지만, 소우는 고개를 저었다. '“질문은 아까 끝났습니다. 그럼…….” '소우가 OMG 멤버들에게 눈짓을 하자, 멀거니 앉아있던 OMG 멤버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우와 OMG가 기자회견장을 떠나가려는데, 아까 음악에 대한 질문을 했던 기자가 큰소리로 물었다. '“당신은 OMG를 사랑하는 팬들을 사랑하지 않았습니까?” '그 말에 소우가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봤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질문을 퍼부어도 꿈쩍도 안 하던 소우가 걸음을 멈추자, 다들 의아해했다. 질문을 한 기자조차도 놀란 듯 했다. '그 기자를 응시하던 소우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OMG는 미국에 갈 준비를 하느라고 바빴다. 지금까지 불렀던 곡들을 조금씩 다듬어서 더 나은 곡으로 만들고, 악기 연습도 했다. 더 배울 것이 없을 것 같다 싶으면 또 다른 주법이 생겨나서 그 주법을 익힐 때까지 또 연습하고, 연습해야 했다. '미국에 가기까지 일주일쯤 남았을 때, 현욱은 예진을 만나러 나섰다. 예진은 현욱이 나오라고 한 곳이 의외의 곳이어서 의아해하며 그곳으로 향했다. '아주 오랜만에 향하는 곳. 그곳은 예진과 현욱이 다니던 고등학교였다. '고등학교 앞엔 현욱이 서 있었다. 방과 후라서 늦게 집으로 가는 학생들 몇 몇이 보일 뿐이었다. 그들 중, 현욱을 알아본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숙덕거리며 지나갔다. '현욱은 회청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현욱이 정장 입는 것을 싫어한다는 걸 아는 예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현욱에게 다가갔다. '현욱이 미소를 지으며 예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들어가자.” '예진이 현욱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들어가도 돼?” '“당근이지.” '“수위 아저씨가 뭐라고 하면?” '“내가 다 말해뒀으니까 문제없어!” '의기양양해하며 말하는 현욱이 귀여워, 예진은 빙긋 웃었다. '오늘따라 현욱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평소보다 어른스럽게 보이기도 하고, 중대한 결심을 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것은 아주 미묘한 차이였지만, 오랫동안 현욱과 사귀어온 예진은 그 차이를 알 수 있었다. '“곧 미국에 가는 거지?” '예진이 물었다. '“응.” '현욱이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