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 세미 판타지 오로지 비주얼 로맨스♥''들이의 황금빛의 긴 머리칼은 매끄럽게 찰랑거렸고 미간, 광대, 턱으로 물빛 광이 피어나는 창백한 피부는 춘 사월 개화한 목련 잎 같았다. 다소곳한 어깨 맵시는 보는 이로 하여금 꼭 한번이라도 안아보고 싶을 정도로 안타까웠다.'태주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일어서서 문으로 향하자, 들이가 냉큼 태주의 옷자락을 잡았다. 태주는 들이의 행동에 의아해서 돌아봤다. '“가지 마세요.”'“뭐?”'갑자기 이 분위기는 뭐지? 느닷없이 뜨거운 피가 끓어올라 얼굴색이 홍당무가 되자, 태주는 당황해서 고개를 돌렸다.'“고개…… 돌리지 마세요.”'“뭐…… 왜?”'“태주 씨 입술이 잘 안 보여요.”'“뭐?”'태주가 완전 혼이 나가 멍하니 버벅거리며 섰는데 들이가 말했다.'“나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같이 있고 싶어요. 태주 씨한테서 눈을 떼지 못하겠어요. 자꾸 태주 씨, 입술만 보여요. 내가 왜 이러는 거죠?”'“허억!”'‘내가 왜 이러는 거죠?’ 하고 들이의 입술이 오므려지는 순간, 태주의 머리에 펑! 하고 불꽃을 일어났다. '“그래서 날더러 어떡하라는 거지?”'두 사람의 시선은 한여름 밤 가로등 밑으로 모여드는 나방처럼 복잡하게 얽혔다. 들이는 보일 듯 말 듯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가로저었다.'“몰라요…… 나는…….”'두 사람은 마치 육중한 담벼락이 가로막고 있어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사람들처럼 막막하게 서로를 바라봤다. 태주가 상체를 움직여 들이에게 아주 조금 다가가 저절로 낮게 깔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키스…… 해도 돼?”'“키스? 아, 응!”'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들이가 몸을 움찔, 움찔 거렸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툰 로봇처럼 움찔거리며 테이블 위로 조금씩,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갔다. 선홍색의 밝은 빛을 띠는 태주의 입술을 들이는 뚫어져라 쳐다봤다. 호기심 왕성한 그녀의 눈빛은 그의 입술이 자신에게 닿기까지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단단한 각오가 새겨져있었다. 태주는 그녀의 입술에 떨리는 숨결과 함께 자신의 입술을 붙이며 말했다.'“눈 감아.”'“아, 네…….” '어릴 때 우연히 길 가에서 발견한 사루비아의 부드러운 꽃잎을 똑, 따서 힘주어 쪽쪽 빨면 입 안으로 감돌 듯 퍼지던 꿀맛 같았다. 들이의 입술은 그처럼 상큼하고 달콤했다. 태주는 아찔한 그 느낌에 들이의 입술을 더욱 취하고 싶었다. 여린 꽃잎처럼 말랑한 입술을 쪽쪽거리며 빨다가, 살짝 고개를 돌려 그녀의 입술을 강하게 흡입했다. '태주는 몸속에서 분출되는 열기를 오로지 입술에만 쏟기가 힘들어져 들이를 만지고 싶었다. 테이블을 돌아 그녀에게 다가가려는데 양팔을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처럼 펼치고 주먹을 꽉 움켜쥔 들이가 보였다. 태주는 혹여 그만하잘까 봐 들이에게 입술을 붙인 채, 물었다.'“팔은 왜 그러고 있는 거야?”'들이도 태주와 입술을 붙인 채. 대답했다.'“팔이요? 아! 손대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요.”'“하! 뭐?”'“약속은 약속이니까…….”'“넌, 약속 지켰어. 내가 어겼지.”'태주는 뻗은 들이의 팔을 확 잡아당겨 그녀를 옴짝달싹 못하도록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