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유리벽을 통해 시계추처럼 바삐 오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고개를 내려 다시금 시계를 바라보니 약속시간을 벌써 두 시간이나 훌쩍 넘기고 있었다. 여자의 얼굴은 테이블에 놓인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움직일 때마다 점점 더 굳어져 갔다. '“어차피 부탁을 받았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자.”'여자는 자기 자신에게 주문이라도 거는 것처럼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는 여자의 입술이 조금 씰룩거리며 일그러졌다. 그렇게 무료한 시간이 조금 흐른 후, 무심코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던 여자의 눈에 유난히 커다란 차 한 대가 멈추어 서는 게 보였다. '그녀는 열리는 차 문으로 내려서는 남자의 모습에 그저 멍하니 시선을 멈추고 그쪽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보아도 그 남자의 모습은 눈에 띄었다. 왠지 모르게 시선을 잡아두는 묘한 느낌을 풍기는 남자였다. 여자는 시계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 알지도 못하는 남자에게 시선을 빼앗긴 사이 벌써 30분이란 시간이 더 지나고 있었다. '‘강희주, 성질 많이 죽었다! 이렇게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니. 그나저나 이만큼 기다렸으면 된 거 아닌가? 수진이도 뭐라고는 못 하겠지?’'희주가 막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는데, 좀 전에 차에서 내린 남자가 레스토랑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미끈한 차에서 내려 당당하게 걸어 들어오는 남자의 분위기에 주위의 모든 시선이 한곳으로 모아졌다. 그렇게 성큼성큼 걸어오던 남자가 갑자기 희주 앞에 우뚝 멈추어 섰다. '“이수진 씨 되십니까?”'“네?”'희주는 당당하게 걸어 들어와 자신 앞에 서있는 남자의 모습에 순간 훅하고 숨이 막혔다. '‘저 사람은?’'좀 전에 차에서 내리던 그 남자였다. 잔뜩 힘이 들어간 남자의 얼굴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졌다.'“누구신지…….”'“민준우입니다.”'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남자의 낮은 저음이 조용히 울렸다. 희주는 준우의 그런 모습에 순간적으로 숨을 죽였다. 그에게서 풍기는 분위기만으로도 단번에 사람을 압도하는 게 참으로 묘했다. '“이수진 씨 아닙니까?”'희주는 다시 한 번 울린 준우의 목소리에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그런 그녀의 눈빛과 예리하게 빛나는 준우의 강한 눈빛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꼴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