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부르셨습니까, 아버지.”'“성우그룹 연 회장 여식과의 혼사는 없던 일로 해야겠다.”'회장님이 말했고, 재혁은 혼사를 없던 일로 하자는 데도 전혀 놀라는 기색 없이 담담하게 듣고 있었다.'“읽어 보거라.”'회장님이 재혁에게 두꺼운 파일뭉치를 건넸다.'“성우그룹의 재정상태다. 한영그룹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회장님이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면 그 이상도 이하도 없었다. 혼사는 없던 일이 되는 것이고, 재혁은 전혀 불만이 없었다. 처음부터 달갑지 않은 혼사였기에 아까울 것도 서운할 것도 없었다.'“불만이라면 말하거라.”'“불만 없습니다.”'재혁은 회장님에게 인사한 후, 파일뭉치를 들고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왔다.'“10분 후에 새로운 보험 상품에 관한 프리젠테이션이 있습니다.”'재혁을 뒤따라 들어온 비서실장이 보고했다.'“알았어요.”'재혁은 한영그룹의 회장인 아버지에게서 건네받은 파일을 펼쳤다. 파일에는 성우그룹의 모든 것, 성우그룹의 수장인 연 회장을 비롯한 그 일가의 모든 것이 까발려져 있었다.'“성우그룹이 어렵습니까?”'재혁이 묻자 비서실장이 약간 긴장한 얼굴로 재혁을 쳐다봤다.'“말씀하세요, 혼사는 없던 일이 됐습니다.”'재혁의 말에 비서실장은 그제야 안심한 듯 입을 열었다.'“성우철강에 불필요한 투자를 늘리는 바람에 그룹 전체가 몹시 어려운 줄로 압니다. 보름 후에 막대한 규모의 어음을 막아야 하는데, 금융권에서 기한연장 불가는 물론이고 추가대출 역시 모두 거절했습니다. 보름 후에 막아야 될 어음 규모가 엄청납니다. 그리고 곧 세무조사가 있을 것이란 소문도 있습니다.”'“국내건 국외건 성우그룹을 인수할 만한 그룹이 있나?”'“O.M사에서 약간의 관심을 표하고 있긴 합니다만, 부채 규모가 워낙이 커서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인수가 무산된다면 파산이라는 말인데, 파산시키기엔 아까운 기업이고 법정관리 수순을 밟겠군.”'“지금으로썬 그럴 확률이 큽니다.”'재혁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파일을 덮고 일어났다.'“재정상태 외에 성우그룹 집안사람들을 다시 조사해주세요.”'“예, 상무님. 곧 이사진 회의가 있습니다.”'“갑시다.”'재혁이 사무실을 나섰고 비서실장이 그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