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던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 가슴 속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노래는 거기서 끝이 났다. 절대 안 울겠다던 인기 오빠가 시작부터 흐느끼더니 고개를 숙이고 통곡을 하고 있었다. '“입영 열차 안에서 불렀으면 안 울었다.”'훌쩍이면서 하는 농담에 웃는 사람은 없었다. '“이등병의 편지, 완곡으로 불러줄까?”'대신에 기타를 뺏으며 속을 뒤집는 농담을 건네는 사람은 있었다. 승권 오빠의 농담에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훔쳐내는 인기 오빠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승권 오빠가 그의 등을 토닥이며 기타를 재영에게 건네며 말했다. '“분위기 전환하게 아무거나 불러.”'“…….”'기타를 치는 건 알겠지만 그가 노래를? 나는 말없이 기타를 받아 든 재영을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나도 모르게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잠시 후 잔잔한 기타소리가 들렸다. '“아, 꽃밭에서다.”'정애의 작은 속삭임 바로 뒤로 재영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황급히 피해 돌렸던 고개가 불가항력으로 그를 향해 다시 돌아갔다. '“꽃밭에 앉아…….”'감미로운 미성으로 전혀 기교를 부리지 않고 담백하게 부르는 노래. 나는 전주만 듣고도 제목을 알아 챈 정애와는 다르게 이 노래를 처음 들어봤다. 노래는…… 정말 좋았다. 그런데 나는 또 무슨 착각을 하는 것인지. 노래를 하는 내내 이마 위로 흘러내린 긴 머리카락 사이의 짙은 색의 눈동자가 한 번도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아서, 그것은 마치……, 나를 위해 불러주는 노래인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