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혼''''이제는 이 힘겨운 싸움의 종지부를 찍으리라 한별은 굳게 마음먹었다. 남편 앞에 서는 것이 두렵기는 했지만 지난 7년간 건조하고 황폐한 결혼생활에 지치고 피폐해진 그녀의 마음 어느 한구석에도 이제 그의 자리는 없었다. 그저 이 지옥 같은 일상을 하루 빨리 탈출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안에 그 사람 있나요.”'이수그룹의 이사실을 방문한 한별을 보고는 비서는 난처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저…… 계시기는 한데…….”'쉽사리 말을 잇지 못하는 비서를 의아하게 바라보던 한별이 이사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엇인가 짚이는 구석이 있는지 이사인 문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이 흐려졌다.'“혹시…… 예림이 와 있나요.”'그렇게 묻는 한별의 음성은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은 마른 낙엽처럼 건조했다. 비서가 한별에게 냉큼 그렇다고 말하지 못하고 주저하며 한별의 질문에 대답하기를 꺼려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한 비서의 행동에 그녀는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시면 되요. 제가 왔다고 전해 주실래요?”'“저…… 이사님이 전화연결도 하지 말고,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하셨는데…….”'비서의 변명에 한별은 뚜벅뚜벅 이사인 문 앞까지 직접 걸어가 이사실의 문을 열어 젖혔다. '“하아…… 하아…….”'데스크 위에서 두 남녀가 뒤엉켜 적나라한 정사를 펼치고 있었다. 데스크 위에 놓여진 중요서류라던가 물건들이 데스크 위에 어지러이 널려있었고 데스크 위를 마치 침대처럼 점령하고 누워 가빠오는 숨을 거칠게 내뱉는 반라의 여성이 내지르는 음탕한 신음소리와 그런 여자의 한쪽 가슴에 얼굴을 묻고 다른 가슴을 손에 움켜쥐고 마음껏 주무르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한별의 눈에 들어왔다. 믿기지 않지만 그들은 바로 한별의 남편과 친구였다. 아니 한때는 친구라고 여겼던 남편의 정인(情人)이 있었다. '“사…… 사모님…….”'비서의 당황한 음성과 함께 남편이 고개를 들고 한별을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에는 어떠한 감정도 담겨져 있지 않아 남편의 시선을 받아내는 한별의 마음이 시렸다. 입가의 타액을 닦아내며 윤은 한별을 지나쳐 비서에게 질책의 눈초리를 보냈다.'“강비서, 내가 분명히 말했을 텐데? 이 사실에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문고리를 잡고 있는 한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의 시선이 자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자신의 남편과, 그의 너머로 당황한 기색으로 옷을 추스르고 있는 예림을 차례대로 훑었다. 아직 그들 사이에서 일던 열기가 식지 않은 듯 이사인 내부는 끈적이고 더운 공기로 가득 차있었다.'“죄, 죄송합니다.”'“자네는 오늘부로 해고야. 상관의 말을 듣지 않는 부하는 필요 없지.”'청천벽력과도 같은 윤의 말에 비서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한별이 떨리는 손을 들어 천천히 자신의 눈을 가렸다. 차라리, 지금 자신이 보았던 장면이 모두 꿈이길 바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