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야, 오늘 오말희 술 발 제대로 받아준다! 아주 입에 착착 감기네?”'모처럼 친구들과 만난 말희는 혼자 신나서 주거니 받거니 그렇게 술잔을 돌리고 있었다. 같이 있던 친구들의 걱정 어린 시선을 뒤로 한 채 말이다.'“어이구, 말희야? 정신 차려! 이러다 집에 어떻게 가려고?”'“아, 놔! 그냥 이러다 엎어지면 그만이지! 어휴, 오말희 인생에 왜 이렇게 풀리는 게 없는 거야? 이거 푸닥거리라도 해야 하나? 아니면 용한 작두보살이라도 찾아 가야 하나?'말희가 술이 취한 듯 탁자에 고개를 묻으며 비 맞은 중 마냥 중얼중얼 거리고 있었다. 미진이 은영의 얼굴을 보며 얘, 왜 이래? 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자 은영이 고개를 으쓱하며 고개를 저었다.'“놔둬라. 지금 얘 심정이 푸닥거리라도 해야 할 판이긴 해. 말희 내일 월차니까 그냥 마시게 둬. 얘가 지금 이렇게라도 안하면 사고 친다. 열불 날만도 하지. 그럼, 그렇고말고.”'“뭔데? 궁금해 미치겠다. 갑자기 소집해선 남 데이트도 못하게 했으니 이유라도 알아야지.”'그러자 은영의 말에 미진이 호기심 잔뜩 서린 얼굴로 또다시 물었다. 궁금해서 그냥 넘어가진 않겠단 표정이었다. '“오늘 직속 부장한테 실컷 깨지고 나와서 기분도 그런데 거기다 오늘 봉구 씨가 아주 크게 한방 터트려줬잖아? 아까 말희 눈에서 불이 다 났다니깐? 내 그거 뜯어 말린 생각 하면……. 어휴.”'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은영이 미진을 보며 말했다.'“봉구 씨가 왜? 둘이 잘되는 거 아니었어?” '“웬걸? 그런 줄 알았지. 아마 다 그렇게 알았을 걸? 야, 근데 남자들 다 그러냐? 어쩜 그렇게 감쪽같이 사람을 속여? 어휴, 여자들 여우라고 하지? 아냐, 아냐. 여우에 비할게 못 된다. 그 음흉함이라니……. 뱃속에 능구렁이가 몇 대 째 기생하고 있는 것 같아. 하여튼 크레믈린 같은 인간이었어. 어째 족속들이 다 왜 그 모양인지.”'그러자 더한 호기심으로 미진이 은영에게 묻고 있었다.'“봉구 씨가 바람이라도 폈다는 거야?”'그러자 갑자기 엎어져 있던 말희가 고개를 쳐들더니 살벌한 눈빛을 한 채 어딘가를 노려보더니 자리에서 번쩍 일어났다. 순간 은영과 미진이 놀란 얼굴을 한 채 말희를 잡아 세웠다.'“야? 왜 그래? 어디가게?”'은영이 걱정스런 눈빛을 하며 말희를 향해 쳐다보며 물었다.'“…….”'그러나 아무 말도 없이 말희의 입이 꼼지락 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힘겹게 입을 틀어막으며 말했다.'“변소!”'그러더니 뒤도 안돌아 보고 바람처럼 화장실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얼씨구? 안주도 안 먹고 주구장창 술만 푸더라니. 야, 근데 뭐? 봉구 씨가 어쨌는데?”'끝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말희가 자리를 비우자마자 미진이 닦달하듯 은영에게 묻고 있었다.'“맞아. 바람을 피웠어요. 그 잘난 이 봉구님께서. 그렇게 사람 좋은 얼굴을 해선……. 봐라, 얼마나 매너 좋고 깍듯했니? 배려도 할 줄 알고 사람 하나 정말 괜찮다고 너랑 나랑 얼마나 침이 말랐어?”'“정말? 그 봉구 씨가 바람을 피웠어?”'믿을 수 없다는 듯 미진이 다시 묻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