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220년.'세상은 제3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황폐해졌다. 더불어 민심은 흉흉해지고 많은 것들이 부서지면서 극도로 발달했던 세상은 한 번에 무너져 내렸다.'다시 복구가 되기는 했지만 모든 국민들이 당연스레 공유하던 수많은 기계들과 많은 물품들은 상류층만이 누리는 소유물로 전락하고 말았다.'법치 국가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혼란하고 무서운 세상. 법을 지키는 것이 어리석다고 생각될 만큼 흉폭해진 세상에 국가는 지금까지처럼 소극적이고 작은 정부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래서 그들은 다시 그 오랜 옛날처럼 거대해지고 강한 정부가 되어 혼란한 세상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자연히 군인의 힘이 강해지게 되었다.'과거 맥아더 장군만이 국가의 원수가 아니면서도 달 수 있었던, 그 후에는 대통령만이 달 수 있던 일명 파이브 스타. 오성을 지닌 군인의 총대장 원수. 오성을 지닌 총지휘관이자 원수가 다시 군대에 등장할 만큼 군인 세력은 거대해졌고, 또한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무시무시해져만 갔다.'아무리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총지휘관에게 말 한마디 함부로 하지 못하는 그런 힘이 지배하는 세상. 국민들은 당연히 그런 세상에 반발했다.'허나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히 수그러들었다. 힘없는 자는 죽임당하고, 물건 취급당하는 게 어색하지 않은 극도의 혼란기의 세상. 그런 혼란기 상황에서 군인이 중심을 잡으며 점차 안정이 되어 가자 세상에 국민들은 차츰 군인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국민들은 다시 재편되기 시작한 군인 중심의 국가에 융화되어 갔고, 국가는 안정을 되찾아가는 듯했다.'허나 빛이 생기면 그림자가 생기듯 군을 인정하는 국민들이 많아지면서 그와는 반대로 군인들을 증오하는 반 군부 세력도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시 테러가 일어나고,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을 만큼 시끄러워지자 국민들은 반 군부 세력을 비난하고 그들을 지지해 주지 않았다.'그러자 그 사태의 심각함을 인지한 반 군부 세력은 노선을 급히 바꾸게 되었다. 무조건적인 테러와 반발이 아니라, 우선 군인을 없애기로.'그래서 군인과 반 군부 세력의 전쟁은 전면전을 맞이하게 되었다. 군인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슬로건 아래. 반 군부 세력은 자유와 인권을 위한다는 슬로건 아래.'단 한 명의 오성, 총지휘관 밑에는 사성의 별을 가진 네 명의 대장이 있었다. 육군참모총장, 해군참모총장, 공군참모총장 그리고 특수부대 참모총장. -속칭 S대대라고 불리는-그리고 각 부대 참모총장 밑에는 세 명의 대장이 존재하는, 예전과는 다른 형태의 군부대가 존재했다. '그중에 최고 전투력과 방어력을 자랑하는 부대는 바로 특수부대, 일명 S대대였다. '그곳에서는 지금 때 아닌 축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진짜지? 거짓말이면 네놈 죽고 나도 죽는 거야!”'“야! 나도 거짓말이면 혀 깨물고 콱 죽어 버린다!”'평소의 강인한 군인의 모습이 아닌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대하는 어린아이들처럼 헤벌쭉한 얼굴을 한 군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심각하게 이야기 중이었다.'“다들 뭐하는 짓들이야!”'“2대대장님!”'한 남성의 목소리에 그제야 군인들은 바짝 긴장한 모습으로 빠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다른 한 남자가 풋, 하고 웃어 버렸다.'“이봐, 봐줘. 가끔은 이렇게 분위기가 밝은 것도 좋잖아?”'군인들은 감동했다는 듯이 자신들의 편을 들어 주고 있는 1대대장을 바라보았다.'“민혁, 저 녀석들 편을 드는 저의가 대체 뭐냐?”'1대대장 민혁은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여는 2대대장 호준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그에게만 들리게 조용히 입을 열었다.'“오늘만큼은 기대에 부풀게 놔두도록 해.”'“……무슨 소리야?”'민혁은 굉장히 멋있는 자신의 외모와 걸맞는 상큼한 미소를 호준에게 보여 주었다.'“내버려둬도 자연스레 저 분위기는 더 이상 내지 못하게 될 테니 굳이 싫은 소리 하지 말라고.”'‘이 사악한 놈. 무슨 꿍꿍이인 게냐?’'호준이 그런 민혁을 노려봐 주며 입을 열었다.'“왜, 하윤이 쌍둥이면 외모가 꽤 봐줄 만할 텐데, 저 웅성거리는 분위기가 수습이 될 거 같아? 설마 3대대장의 쌍둥이 누이라서 대원들이 못 건드릴 거라는 안일한 생각이라면…….”'“호준이 넌 말이야, 다 좋은데 너무 잔걱정이 많은 게 흠이야.”'호준의 말을 끊은 민혁이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외모와 성격의 갭이 큰 거라면 하윤이 못지않다, 시윤이 그 녀석.”'“……사악한 놈.”'아까처럼 대원들 편을 들어 주는 것 같지만 사실 이 녀석은 정말 사악했다. '호준이나 하윤이 무섭다며 민혁 같이 착하고 좋은 대장이 한 명쯤 존재한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녀석들은 모두 신병 녀석들뿐이었다.'‘당연하지. 조금만 지나서 이 녀석 성격을 겪어 보면 나나 하윤이가 차라리 천사 같다는 것을 다들 뼈저리게 느낄 테니까.’'“그래도 여자가 군의관으로 오다니 대체…….”'“아, 너 몰랐나?”'“뭘?”'“원래 하윤이가 아니라 그 녀석이 이곳 3대대장이 될 뻔했다고.”'“……뭐?”'‘여자가 다른 부대의 대장이 된다고 해도 기가 막힌데 다른 곳도 아닌 이곳. 특수부대의 대장이 될 뻔했다고??’'“농담 아니다. 같이 교육까지 다 받았는걸? 근데 그 녀석 아주 조금 성격상의 문제와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대장직은 거절한 거라고. 걔 대장 자격 이수도 다 했어.”'“……진짜냐?”'“그러니 그런 쓸데없는 걱정 따윈 집어치우고, 나와 함께 저 어린 양들이 천국에서 지옥으로 곤두박질 칠 순간이나 느긋이 기다리자고, 친구.”'민혁의 말에 호준은 조용히 행복의 물결에서 허우적거리는 대원들을 바라보았다.'‘불쌍한 것들. 쯧쯧.’'혀를 한번 찬 호준은 쓴 미소를 지으며 민혁의 생각에 동참해 주었다.'아무리 민혁보다 착하다고 해도 민혁과 나름 절친 사이인 호준의 성격도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은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3대대장의 쌍둥이, 기대되는 외모의 여자 군의관이 온다는 행복감에 심장이 몰랑몰랑한 대원들 머릿속에서 깨끗이 잊혀져 있었다.'***'반짝반짝 얼굴이 비칠 만큼 잘 닦인 바닥, 빳빳하게 깃을 다린 새 옷 같은 군복, 관내의 공기는 평소와 다르게 달콤한 향기와 따스함까지 감도는 듯했다. 그리고 대원들은 각자의 일을 빠릿하게 하고 있는 듯 보였지만 신경은 오로지 정문만을 향해 있었다. 저들에게 시간이 이리도 더디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새로운 군의관이 오기로 한 시간 3분 전이기 때문이리라.'드르륵.'커다란 캐리어를 끄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조용한 걸음으로 누군가가 관내로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흡!'대원들의 행동과 숨이 멎어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가방 소리의 주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아! 신이시여! 감사합니다!’'대원들은 그 순간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신께 감사를 드렸다.'찰랑이는 긴 생머리, 도자기 같이 뽀얗고 고운 피부, 꽃잎같이 아름답고 빨간 입술, 긴 속눈썹 밑의 커다란 눈동자, 그리고 환상적으로 들어갈 곳 나올 곳 구분 확실한 눈의 보약이 따로 없는 바디 라인!'“누……누구십니까? 성명을 말씀하십시오!!”'마찬가지로 구름 위에 떠 있는 듯 들떠 있는 정문 보초가 아름다운 그녀에게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설시윤입니다. 오늘부로 이곳에 배속되었으며, 배치된 곳은 의무실 외과 의사입니다.”'‘앗싸! 신이 아직 우릴 저버리진 않았구나!’'‘저런 아름다운 여자가 우리 군의관이라니!’'‘이제 의무실 가는 일이 너무너무 행복해지겠구나!’'‘아! 다른 부대 녀석들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배 아파할까!’'대원들은 마구마구 벌려지고 올라가는 주책 맞은 입 꼬리를 힘겹게 잡으며 시윤이의 그 아름다운 모습을 지켜봤다.'“여, 오랫만.”